미국, 가상자산 회계처리·공시 규정 만든다

2022-05-26 11:04:23 게재

기업들 가상자산 보유 증가, 소극적이던 입장에서 전환 … 재무회계기준위원회 검토착수

기업들 '무형자산'아닌 '금융자산'으로 회계처리 추진

가상자산 가치 변동시 손익으로 즉시 인식하길 원해

미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와 공시 규정을 제정하기로 하고 방안 마련에 나섰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특정 디지털 자산의 회계처리와 공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의결했다.

WSJ는 "FASB가 규정을 제정하는 데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실무의제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새로운 규정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FASB는 그동안 가상자산 이슈를 다루는 것을 거부하면서 수년간 회계처리·공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FASB는 기업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널리 퍼져 있지 않다며 2020년 10월 사실상 규정 마련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현재 기업들의 가상자산 보유에 대한 구체적인 회계처리나 공시 규정이 없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FASB에 관련 규정을 제공해달라고 촉구했다.

FASB 위원들은 이달 11일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자산들의 시가총액이 급증했고, 점차 더 많은 법인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회계처리·공시 문제가 더 긴급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재무상태표에 가상자산을 대량으로 포함하고 있는 기업들로는 자동차 제작업체인 테슬라, 결제서비스 법인인 블록,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터지 등이 있다.

지난해 12월 FASB는 가상자산과 거래소 거래 상품들에 대한 회계처리 및 공시 규정 제정 여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리차드 존스(Richard Jones) FASB 의장은 "대체불가능한 토큰(NFT)과 같은 저작권을 가진 자산보다는 소유권이 없는 디지털 자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존스 의장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연구가 완료되면 원자재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FASB는 기업, 투자자, 학계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가상자산에 관한 회계 규정부터 기후 관련 거래에 관한 규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500여통 이상의 서한을 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들을 재검토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현재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가상자산을 '비한정 내용연수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비한정 내용연수 무형자산'의 경우 기업은 1년에 한번 자산의 가치를 확인해서 가치가 매입가 이하로 떨어지면 그만큼 손상차손으로 처리해야 한다. 손상차손은 영업외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만큼 당기순이익이 줄어든다. 반대로 가상자산 가치가 상승해도 상승분을 회계에 반영할 수 없다. 매도한 경우에만 처분 이익을 인식할 수 있다. 가상자산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하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AICPA의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이 없다.

기업들은 가상자산의 변동성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재무상태나 영업성과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대신 공정가치 회계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정가치 회계규정에 따르면 기업들은 손익을 즉시 인식하고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취급한다.

FASB는 "다른 옵션들과 함께 공정가치 회계처리 방식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샤 헌트(Marsha Hunt) FASB 위원은 회의에서 "무형 모델에 따른 회계처리가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현재의 회계처리 방식은 경제적 기대치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으며 아직 개선의 기회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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