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경 딜레마' … 지방선거 앞 '발목잡기' 비판에 무기력

2022-05-27 11:19:05 게재

여당의 양보없는 협상에 '소급적용' 어려울듯

강원특별자치도법·세종집무실법 등도 대기

"최대한 늦춰라" … 본회의 29일에 열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피해보상 소급적용을 압박해 민생정당의 모습을 보이려던 의도가 국민의힘과 정부의 강한 거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협상보다는 '버티기'로 태세를 굳힌 모습이다.

민주당은 또 이광재 의원의 강원도지사 출마 전제조건이었던 강원특별자치도법을 지방선거 전에 통과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소급적용 없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끝까지 관철시키려다가 결국 정부와 여당의 손을 들어주는 '제2의 한덕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책조정회의 참석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27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생이 이렇게 어려운데 9조원을 빚을 갚는데 쓴다는 게 말이 되냐"며 "민주당 역시 추경을 빨리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인데 국민의힘이 하나도 수용하지 않은 등 너무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코로나 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 51조3000억원 규모로 추경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하는 36조4000억 원보다 15조원이나 많은 규모다. 맹성규 예결위 민주당 간사는 "(지출 구조조정 금액 7조원) 이중 상당부분을 원상복구할 것을 각 상임위, 예결위에 얘기했음에도 정부가 하나도 손을 안대고 있다"며 "지출구조조정 1485개 항목 중 100개 정도를 다시 검토해달라는 입장인데 (국민의힘은) 답이 없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손실보전금 600만~1000만원 지급을 굉장히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가 예산을 탈탈 끌어모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추경안 발목잡기는 민생 발목잡기"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의 버티기에 민주당은 속수무책이다.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발목잡기'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지 전혀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은 5월내에 추경을 통과시킨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고 했다.

◆법안 통과 절실한 민주당 = 민주당은 또 지방선거 전에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이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112건의 법률안을 통과시켰는데 여기엔 강원도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들어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를 노무 제공자에 포함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청년 1인 창조기업을 우대하는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개정안'도 포함됐다. 이 법안들은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특히 이광재 의원은 강원특별자치도법 통과를 민주당에 요구하며 출마를 결정하기도 했다. 세종시 대통령집무실법 역시 박빙의 세종시장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를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28일 통과 가능성 높다" = 본회의를 열게 되면 법안만 통과시키기는 어렵다. 본회의에 상정할 안건을 여야간 협의하면서 법안과 함께 추경안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쓸 만한 협상카드가 사실상 공개돼 있다는 의미다. 가장 관심지역이면서 초박빙지역인 경기도의 도지사에 도전한 김동연 후보 역시 "빠른 추경 통과"를 주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28일이나 29일에 본회의를 열고 두 안건을 모두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날 권 원내대표가 박병석 의장에게 추경안 처리를 요구하자 "토요일(28일) 처리를 예상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29일까지는 통과시켜야 하지만 29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28일에 통과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29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실제로 28일보다는 29일이 더 낫다는 제안도 나왔다. 민주당 모 의원은 "최대한 늦게 통과시켜 손실보상금 지급을 늦춰야 한다"면서 "6월 1일 지방선거 이전에 지급이 이뤄진다면 지방선거 박빙지역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국회 통과 이후에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곧바로 집행에 들어갈 것을 예상, 행정상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국회 통과시점을 늦추면 손실보상금 지급시기가 지방선거 이후로 늦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공휴일에 본회의를 열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전에 본회의를 열어 '공휴일 본회의 개의에 관한 건'을 미리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선례집에 따르면 공휴일인 2014년 1월 1일과 2016년 2월 10일(명절 연휴)에 본회의를 열고 '공휴일 본회의 개의건'을 먼저 의결한 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산 규탄 결의안' 등 안건을 처리하기도 했다. 박 의장 임기가 29일까지인데다 과거 사례도 있는 만큼 29일에 추경과 법안을 같이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소급적용 등 정부안보다 크게 늘어난 추경편성을 주장했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대부분 반영된 추경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부적격 인사로 지적했다가 뒤늦게 인준해줘 득점기회를 잃었다는 '제2의 한덕수 인준'때와 비슷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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