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균형발전정책, 부동산 투기 부를라

2022-05-27 11:16:23 게재

롤모델 '미국 기회특구' 문제점 확인

'세제혜택' 고소득자에 집중 우려도

지방세연구원, 이슈보고서 통해 지적

윤석열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내놓은 '기회발전특구(ODZ)'가 지역의 부동산 투기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세제혜택이 주로 고소득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5월 발표한 이슈보고서 '미국 기회특구제도 사례의 검토와 정책시사점'에서 "새정부가 기회발전특구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해 미국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26일 밝혔다.

미국 기회특구 제도는 새정부가 인수위 시절 제시한 기회발전특구의 모델이다. 미국 기회특구는 투자에 대한 연방 세제혜택을 제공하도록 지정된 저소득지역이다. 빈곤율이 20% 이상이고 가구 중위소득이 지역 중위소득의 80% 이하인 곳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8764개 특구가 지정돼 있다.

새정부도 인수위 시절 이 제도를 참고해 기회발전특구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기회특구 제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가장 먼저 기회특구 내 기업보다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가 집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저소득지역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사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그로 인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기회특구 투자는 주로 주택과 상업시설 개발(96%)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기업에 투자(4%)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진섭 부연구위원은 "10년 이상 투자를 유지하면 예정된 조세감면을 받을 수 있으므로, 대부분 투자자가 10년 동안만 투자하고 그 이후에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기획특구 투자자에게 주는 세제혜택이 주로 고소득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양도소득을 기회특구에 일정 기간 투자하면 조세감면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양도소득 자체가 이미 계층간 형평성이 결여된 소득 유형이기 때문에 혜택이 고소득자나 부유층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인수위 시절 지역균형발전 비전을 발표하면서 지방투자와 기업의 지방이전 촉진을 위해 기회발전특구를 지정·운영하기로 했다. 기회발전특구란 투자유치를 위해 조세감면과 규제완화 혜택을 제공하는 지역을 말한다.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할 경우 소득세·법인세·증여세·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가능한 세제혜택을 모두 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자산을 양도하고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양도소득세 과세를 유예해주거나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회발전특구가 기존 특구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비슷한 성격의 경제특구가 전국에 748개나 지정돼 있어 차이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회발전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유명무실한 기존 경제특구 정비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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