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20대'와 갈등 '선거 이후로 일단 봉합'
2022-05-30 11:23:25 게재
'86세대 퇴장' 직격 박지현 "곳곳에 벽들 가득"
성폭력 피해 폭로 강민진 "목소리는 지워지고"
'진실공방' 전환 … '선거 이후 혁신' 가능할까
민주당엔 '586세대 퇴장 등 개혁 과제'가, 정의당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대응'이 '과제'로 제기됐다. 민주당에서는 '혁신위원장 자리를 요구했다', 정의당은 '처음과 말이 달라졌다'는 이유를 들어 진실공방으로 치달았고 '내부 총질' 등의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수습에 나섰으며 해법에 대한 고민은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박 위원장과 강 전 대표는 20대의 '젊은 정치인'이면서 진보진영의 변화와 혁신의 의지로 전면에 내세워졌다. 하지만 정당 내부에서 내는 목소리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 모습이다.
박 위원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대선에서 지고 왜 국민들에게 지지를 잃었는지 반성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해 달라 요청했는데 곳곳에 보이지 않는 벽들이 가득했다"며 "민주당이 '민주' 정당으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 품격과 상식은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주 대국민 반성 성명서와 함께 페이스북을 통해 586 용퇴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586세대인 윤호중 비대위원장-박홍근 원내대표-김민석 공동총괄본부장 등과 고성이 나오는 마찰을 빚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내분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곧바로 '5대 쇄신안에 대한 윤호중 위원장의 거부'가 공개되면서 갈등국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 위원장의 혁신위원장직 요구' 의혹은 이때 흘러나왔다. 박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직 요구를 당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자 반발심리로 지도부와 586 때리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결국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전날 긴급 간담회를 갖고 '일단 봉합'에 들어갔다.
강 전 대표의 성폭행 피해와 이에 대한 당대표의 '함구 지시', 가해자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후보 출마 등으로 이어지는 폭로가 나온 이후 정의당은 '2차 피해 방지'보다는 당 대표 묵살 의혹 등 '사실 공방'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당은 자체 조사 이후 지난 17일 "당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A위원장이 옆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강 전 대표를 밀치면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안"이라며 "당은 강 대표의 요구대로 공식적인 절차와 조치를 철저히 이행한 바 당 지도부가 사건을 묵살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배복주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은 "강민진 전 대표는 성추행으로 여기지는 않고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고 했다. 당시 가해자의 사과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강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당직자에 대한 갑질논란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본다는 최종결론"을 밝히면서 "당기위원회에 제소해 현재 징계 심의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와 강 전 대표간의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강 전 대표는 지난 21일 "가해자인 모 광역시도당 위원장이 지상파 뉴스에 나와 정의당의 단체장 후보로서 여성 공약을 밝히고 있더라"며 "제가 목숨을 내놓으면 그 때는 제대로 된 조치와 사과가 이뤄질 수 있을까"라고 했다. "목소리는 지워지고 사실관계는 왜곡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피해자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진보정당이 20대 청년들의 내부비판과 성폭력 피해 호소에 대해 '내로남불'로 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개혁 등 개혁과제를 내놓은 더불어민주당, 페미니즘 정당으로 불릴 만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비판과 피해자에 대한 절대적인 방어에 동참했던 정의당의 태도가 다소 이율배반적이라는 얘기다.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지방선거 이후'다.
박 위원장은 "진통 끝에 약속했다"며 "5대 혁신안을 선거 뒤에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발표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586세대는 "나이를 기준으로 모두 나가라는 거냐"고 반발했고 이는 "옥석을 가리자"로 바뀌면서 "사실상 아무도 나가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로 전락해 버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4.7 재보선, 올해 3.9 대선에 이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반성과 혁신 약속에 이어 '한 표만 달라'고 했다. 과거 두 번의 선거 이후에 약속했던 인적 쇄신과 개혁은 거의 없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 말씀드리면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혁신이 어려운데 혁신위원장을 만든다 해도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환경이 안 만들어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 전 대표는 최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무엇보다 성폭력 문제를 개인의 일탈의 문제가 아닌 이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었던 조직문화와 권력 관계를 성찰하고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앞선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강 전 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이 현재와 같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외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경찰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당에서 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조사하는 경우엔 결과를 정해놓고 조사하는 것이라서 거부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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