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내 90%’ 공시가격 현실화 후퇴하나

2022-06-02 11:30:59 게재

국토부, 연구용역 착수

시민단체 “부자감세정책”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시세 반영률) 계획 수정에 나섰다. 추진과정에서 국민에게 너무 부담을 줬다는 이유다.

그러나 집.땅부자 감세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일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및 공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고 1일 밝혔다. 공시가격 제도개선은 윤석렬정부 국정과제중 하나다.

현 정부는 현실화 계획의 목표 현실화율(90%)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현행 목표 현실화율을 낮추고 목표 달성기간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2020년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매번 반복되는 논란을 끝내기 위해 마련한 중장기 로드맵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형평성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했다. 당시 아파트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높게 부담하고, 고가부동산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평균 현실화율이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에 불과했다. 고가 부동산 공시가격이 저가 부동산보다 더 낮은 역전현상도 있었다.

이에 따라 국토연구원 등의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것이 모든 부동산 공시가격을 10~15년에 걸쳐 시세 9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이다.

시세 반영률 목표치를 100%가 아니고 90%로 한 것은 공시가격 조사.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감안했다는 게 당시 국토부 설명이다. 시세산정의 통상적 오차범위는 5% 이내지만 최대 가능한 예상오차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현실화율 90%가 과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현실화 기간 10~15년에 대해서도 너무 길다는 비판이 많았다. 현실화를 빠르게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시가격 관련 제도가 60여개인 점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이같은 현실 타협안마저 수정하겠다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고가부동산 소유자일수록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연구용역을 빌미로 공시가격 현실화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며 “집값안정, 조세형평성을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를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면 현실화율이 낮은 부동산 소유자일수록, 고가 부동산 소유자일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실화 계획 수정이 누구에게 유리한 정책인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 연구소 부소장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형해화시키려 한다면 이는 부자감세이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옹호하고 투기를 권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책신뢰를 흔든다는 지적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에 따라 정책이 바뀐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선이 있다”며 “공시가격과 시장가격과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까지 뒤집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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