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규제완화로 회계감시망 약화 우려에
"회계는 사회적 자본인 국가 인프라, 규제라는 시각 의문"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회계개혁 후퇴 움직임에 선긋기
15일 회장선거에서 연임 확정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제68회 정기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제46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규제 개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져 있고, 기업들은 회계개혁으로 도입된 제도들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에 자본시장활성화와 관련해 외부감사인 역량강화를 통한 회계 투명성 제고가 들어가 있다"며 "회계투명성에 대해 '여느 정부보다 더 잘하라, 잘 해달라'는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개혁 후퇴 움직임에 분명히 선긋기를 한 것이다.
국정과제에는 △외부감사인 역량 강화를 통해 회계투명성을 제고 △기부금 수입 및 지출에 대한 국민참여 확인제를 도입하고 비영리 민간단체의 회계 투명성·책임성 강화 장치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회계사 실력 향상시켜 외부감사 강화 = 김 회장은 "외부감사인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자체 레벨업을 시켜야 한다"며 "상장법인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채택하고 있는데 IFRS는 상당히 어렵다. (회계사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고도의 전문지식이 없으면 (회계감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도 잘 못하기 때문에 결국 회계사가 모든 것을 도와줘야 하고, 지속적으로 실력향상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시스템을 갖춘 대형 회계법인들과 자체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김 회장은 2년 전부터 회계업계의 '상생 생태계 조성'을 추진해오고 있다. 회계사회에 상생플랫폼을 만들어 빅4 회계법인들의 자료를 모든 회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별 전문지식도 회계감사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에 빅4 회계법인들이 사용하는 산업별 고려사항 등도 전체적으로 공유했다. 업계 전체의 감사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40세 이하 회계사 비중이 전체 회계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회계업계의 인적 구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은 "원로 회계사들은 상장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서비스를 하기 어렵다"며 "최근 회계법인에서 감사보고서에 사인하는 이사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니어들의 건전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사 자리를 젊은 회계사들이 꿰차고 일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공인회계사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잇단 횡령에 경영자들 '내부회계관리 감사' 관심 = 회계사 선발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회장은 "요즘 감사는 IT를 기반으로 하고 빅데이터 등에 분석이 필요해서 회계사와 IT전문인력이 같이 한다"며 "과거처럼 회계사가 모든 것을 다 확인하는 시절이 아니고 전문가들이 결합해 결과물을 내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계사 업무를 새로운 외부 전문가가 대체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회계사 정원을 늘려야 하겠나,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증원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전년도와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정원 동결 주장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횡령 사고와 관련해서는 고민스런 심정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최근 기업 경영자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기업들의 부담이 많다고 해서 자산 10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횡령 사건이 계속 터지는 상황에서 폐지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횡령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직 순환"이라며 "일차적으로 도둑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는 회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회계감사 문제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회계학회에 연구용역을 발주해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고 연구결과가 나오면 세미나 등을 통해 외부의견을 수렴해 감사기준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46대 공인회계사 회장 선거는 전자투표와 이날 정기총회 현장투표로 진행됐으며 김 회장이 전체 투표자(1만3017표) 중 59.5%(7744표)의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4년 6월까지 2년간이다. 회장 후보로 출마한 나철호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40.5%의 지지를 받았다. 부회장과 감사에는 정창모(삼덕회계법인) 현 감사와 문병무 미래회계법인 회계사가 각각 무투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