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고물가시대 '디지털 전환'의 두 얼굴

2022-06-22 10:55:57 게재
유통가 '디지털 전환'은 '선'일까. 디지털 전환은 변화하는 사업환경과 시장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로 사업과정 문화 고객경험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창출하는 걸 말한다.

식당에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계)를 설치하거나 카페에서 인공지능(AI)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파는 경우다. 편의점·대형마트 '셀프계산대' 역시 넓게 보면 디지털 전환에 속한다.

유통가에선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디지털 전환이 유행처럼 번졌다. 비대면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상회복을 앞두고 있는 지금, 디지털 전환을 보는 유통가 시각은 어떨까.

비용절감과 매출회복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일부 고령 소비자가 적응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제기하지만 사업주 입장에선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푸드테크기업 다날의 로봇카페 '비트' 사례를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다.

비트 내부 매출 집계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식업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6.3% 늘었다.(농촌경제연구원) 로봇카페 비트가 외식업 전체평균보다 44.7%p나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3년 만에 매출 증가세로 돌아선 외식업계에서도 '군계일학'이다. 비트 측은 "로봇 '바리스타'가 24시간 근무해 구인난 걱정없이 안정적인 24시간 운영으로 주간 매출뿐 아니라 야간 매출까지 놓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종 얘기지만 유통가 디지털 전환은 확산할 공산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원자재값 급등으로 가격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소비자 역시 당장 손해볼 건 없다. 지불할 돈은 줄고 시·공간 제약없이 서비스는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단, 디지털 전환을 택한 기업이 비용절감 효과를 제품값과 서비스에 제대로 반영했을 경우다. 이익 늘리기에 몰두한다면 디지털 전환은 되레 '악'이 될 수 있다. 제값보다 비싸게 팔아도 속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임금 노동자에겐 더 치명적이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깎을 빌미를 줄 수 있다. 사업주 입장에선 인력에 비용까지 절감 가능한데 굳이 기존직원 월급을 올려줄 리 만무하다. '나쁘게 맘을 먹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를 뺏는 것은 물론 신성한 노동력의 댓가인 임금까지 갉아먹을 수 있단 얘기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시대, 유통가 디지털 전환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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