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클라우드 포렌식' 도입한다

2022-06-23 11:09:09 게재

최근 기업들 클라우드 전환

주가조작·미공개정보이용'디지털 증거 확보' 빨라져

금융당국이 주가조작과 미공개정보이용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클라우드 포렌식' 시스템을 구축한다.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은 현재 휴대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삭제된 내용 등을 복구할 수 있는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중앙저장장치(클라우드 서버)에 있는 디지털 증거를 포렌식하는 시스템은 없다.

23일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클라우드 포렌식' 시스템이 구축돼 조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장비도입 사업을 발주하면서 "최근 디지털 증거 데이터가 점차 고용량화 됨에 따라 주요 증거 데이터를 클라우드 환경에 은닉·보관되는 추세로, 이러한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선제적 대응 능력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 포렌식 솔루션과 운영용 하드웨어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은 개별 컴퓨터가 아닌 구글클라우드나 네이버클라우드 등에 각종 자료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개인들도 휴대폰이나 PC와 연동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데이터들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남아있지 않은 정보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아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이 불법혐의를 입증할 디지털 증거 확보에 있어 중요한 압수대상이 되고 있다.

휴대폰이나 하드디스크는 직접 대상물을 압수해 삭제된 내용을 복원하는 등의 디지털포렌식이 가능하지만 클라우드 시스템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접속해 자료를 다운로드받아 포렌식을 해야 한다. 자료를 내려 받는 구조여서 압수물의 위·변조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클라우드 포렌식 시스템을 활용하면 무결성을 입증받을 수 있는 만큼 자료의 법적 증거 효력을 높일 수 있다.

금융위 자조단은 지난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포렌식이 필요했지만 장비가 없어 검찰의 협조를 받았다. 검찰에 포렌식을 요청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기업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사건은 신속한 증거확보가 혐의를 입증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자체 분석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과 협조를 받아 진행하는 데는 차이가 있다.

금융위 자조단은 클라우드 포렌식 시스템을 구축하면 모바일·디스크에 이어 조사에 필요한 포렌식 장비를 모두 갖추게 되는 셈이다.

금융위와 대조적으로 금융감독원에서 불공정거래조사를 맡고 있는 자본시장조사 부서는 포렌식 장비가 없다. 금감원은 현장조사권과 영치권(자료 압류권)이 없어 피혐의자들의 휴대폰이나 하드디스크를 강제로 가져올 수 없고 자발적인 제출만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공동조사를 확대해 금감원이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고 조사 경험이 풍부한 금감원의 노하우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동조사를 진행하면 강제조사권이 없는 금감원이 금융위의 협조를 받게 되고 금융위는 금감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과 관련해 올해 첫 공동조사에 착수했으며 앞으로 공동조사 사건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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