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인터넷플랫폼 독점 피해 현실로

법망 피해가는 구글 통행세에 소비자 지갑만 털려

2022-06-27 11:15:35 게재

국내 콘텐츠업계 일제히 이용료 올려

"금지행위 구체적 명시한 법개정 필요"

구글 통행세 강제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국회와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정부가 거대 인터넷플랫폼 독점피해를 막으려 마련한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꼼수를 통해 피해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구글갑질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인앱결제 강제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따르지 않은 업체에 대한 퇴출을 선언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시정조치가 이뤄질 지는 불확실하다. 콘텐츠업계와 전문가들은 구글 꼼수를 막을 수 있는 추가적인 법개정과 관련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콘텐츠 이용료 줄줄이 올라 = 인앱결제는 구글 등 앱장터 사업자가 앱 내에서 자체 내부 결제시스템을 통해서만 유료콘텐츠를 결제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배포되는 앱을 대상으로 콘텐츠 유형과 업체 매출 규모에 따라 15∼30% 수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구글은 2020년 9월 게임앱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강제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 올해 4월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외부 결제용 아웃링크를 넣은 앱의 업데이트를 금지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이를 따르지 않는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할 방침이라고 공지했다. 다행히 27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된 국내 앱은 없다.

인앱결제 강제화로 가장 영향을 받는 사업자들은 웹툰·웹소설 콘텐츠 사업자와 온라인동영상(OTT)·음원서비스 업체들이다. 가입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구글에 내야하는 수수료도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시행 한 달여 지난 현재 국내 주요 웹툰과 웹소설, 음원·OTT업체들은 수수료 부담을 고려해 안드로이드 앱 내 이용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이는 소비자 부담 증가와 창작자들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웹툰은 안드로이드 앱에서 판매하는 '쿠키'(네이버 웹툰·웹소설 결제 수단) 개당 가격을 100원에서 120원으로 20% 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결제 수단인 '캐시' 가격을 1000 캐시당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했다. 웨이브 티빙 등 OTT도 안드로이드 앱에서 결제하는 구독 요금제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을 미뤄오던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도 지난 7일 이용료 인상을 발표했다.

멜론은 "구글 정책에 따른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적용으로 안드로이드 앱 내 멜론 이용권 가격이 29일부터 인상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은 6900원에서 7600원으로, 스트리밍 클럽은 7900원에서 8700원으로 약 10% 인상된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박순장 소비자주권회의 사무처장(왼쪽)이 '구글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고발장 제출에 앞서 고발 취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소비자 연간 추가부담 3000억원 = 이런 가운데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로 국내 소비자들 추가 부담이 3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지난 19일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여파로 국내 웹툰·웹소설 이용자들이 연간 약 69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음원 스트리밍과 OTT 이용자를 포함할 경우 전체 콘텐츠 앱 이용자들이 추가 부담할 금액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양 의원의 분석이다.

양 의원실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로 결제 수단인 네이버 쿠키와 카카오 캐시의 가격이 20% 인상됨에 따라 약 492만8000명으로 추정되는 웹툰·웹소설 유료이용자가 연간 689억9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류별로는 웹툰 유료 이용자 301만명의 부담이 연간 381억1000만원 늘고 웹소설 이용자 191만8000명의 부담이 308억80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OTT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추가 부담액 추정치 2300억원과 더하면 콘텐츠앱 이용자의 추가 비용이 3000억원에 근접하는 것이다.

◆구글갑질방지법 종이호랑이 신세 = 문제는 지난해 국회가 입앱결제 강제 피해를 막겠다며 구글갑질방지법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지만 구글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해 8월 31일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후 올해 3월 1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확정했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 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기존의 자체 인앱결제 외 인앱결제시스템 내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상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제3자결제를 사용할 경우 최대 26%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제3자결제 사용 시 인앱결제 수수료보다 4%p의 수수료가 절감되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의 제3자결제 허용이 구글갑질방지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제3자결제가 인앱결제와 결제시스템 제공 주체는 다르고 수수료에서 차이가 나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제3자결제 이용 시 전자결제대행(PG)사 등에 대한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앱 개발사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인앱결제와 큰 차이가 없다.

국내 OT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고 하지만 앱 내 제3자결제를 위해서는 개발사가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혹은 외부 결제 시스템과 앱을 연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개발 비용도 적지 않다"며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비용 감당을 위해 이용료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국내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인앱결제 강제에 따른 수수료 부담 탓에 국내 주요 콘텐츠 업체들이 이용가격을 줄줄이 올렸고, 이는 국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게 고발 요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3월 시행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추가 법개정 필요하다 =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글 꼼수를 막기 위해서는 금지행위 유형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법 개정과 함께 방통위와 공정위의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입법적 보완 방안을 모색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법조문을 자의적으로 축소·왜곡 해석해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꼼수를 더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상의 금지행위의 유형과 기준 가운데 일부를 모법으로 옮겨와서 금지행위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자료제출 명령 등 불이행 시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임시중지명령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정숙 의원은 거대 인터넷플랫폼 사업자의 앱마켓 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모바일콘텐츠 유통환경 개선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가 하나의 앱 마켓에 등록하는 경우, 정부가 나서 해당 사업자에게 동일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통해 이용이 가능한 다른 앱 마켓에도 앱 등록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견줄 수 있는 앱마켓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활성화하면 수수료가 내려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 의원은"구글은 국내 앱장터시장 76% 이상을 점유해 사실상 독점 사업자"라며 "앱장터시장 경쟁촉진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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