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악성 팬덤', 양성화가 해법일까

당원 청원·메타정당 등 … "지도부의 '팬덤과 결별'이 먼저"

2022-07-14 11:40:18 게재

좌표 찍어 문자폭탄, 욕설·집앞 방송까지 번져

"터질 게 터졌다"지만 "위기 의식 없다" 지적도

"노무현 대통령, 노사모 해체 후 자신 감시 주문"

"공론장 부재보다 팬덤 편승 의원들이 더 문제"

극성 지지층인 '팬덤'의 부작용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해법을 찾아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념' 발언에서 불붙은 친문(문재인)계 강력 지지층에 이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개딸'(개혁의 딸)들이 자신들의 뜻과 다른 행동이나 발언을 내놓는 의원 등을 공격하고 있고 그 강도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목표 의원들의 전화번호로 '좌표'를 찍어 공유하고 집단적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18원'의 후원금을 보내는 방식을 넘어 '욕설'과 집 앞까지 찾아가서 유튜브 방송하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8.27 전당대회에 출마한 일부 의원들이 팬덤의 부작용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좀 더 과감한 결별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딱 바로잡겠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회의장 뒤에 '딱 바로잡겠습니다'는 문장을 붙여놨다. 연합뉴스


13일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고영인 의원은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자기만의 언어가 아닌 복사 수준의 획일적 표현으로 특정인을 향해 압박 수준을 넘어 협박을 하는 행위, 즉 이름하여 '좌표 찍기'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이는 당을 분열과 나락으로 빠뜨리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이를 정치적으로 유도하거나 이용하는 정치인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다양한 성향과 의견을 갖는 당원들이 상호 배려 속에 생산적인 논의를 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민주연구원 "강성지지층 득세로 고립 자초" =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6.1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서 "민심을 외면하고 강성지지층이 원하는 정치쟁점으로 정치전선에 당력을 집중했다"며 "당 운영과 의사결정에 당심과 민심을 조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고립을 자초했다"고 했다. 이어 "강성 지지자들의 득세로 대화와 토론, 타협의 정치 실종, 건강한 다수가 민주당을 멀리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며 "문자폭탄과 폭력적 언어의 적대적 행위가 당내에 만연해도 지도부는 여전히 '양념'처럼 방기해 왔다"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팬덤문화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분열적이고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의 소통 방식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최근의 한 당원이 박 전 위원장에게 보여주었던 모습은 결국은 이것이 터질 것이 터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일부 출마자들은 문제의식이 있는데 = 당대표후보로 나선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중에서는 팬덤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인물 중 하나인 박용진 의원이 유일하게 '팬덤'문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박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더 이상 진영논리를 위해 악성 팬덤과 정치훌리건, 좌표부대에 눈을 감는 민주당이 되어선 안된다"고 했다. '개딸'들의 주요 공격대상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윤영찬 의원 역시 "다른 당원을 향해 별칭을 부르며 조롱하는 이는 민주당원이 아니다"며 "그런 망동은 민주당을 수렁으로 몰고 가는 해당 행위이고 몰상식"이라고 했다. 스스로 '계파 없음'을 밝힌 송갑석 의원은 "생각을 달리하는 이를 향한 폭력적 언사가 당내에 횡행하고 있다"며 "배제와 획일의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해법은 다양한데 = 대안들로 제시된 것들은 극단적 지지층인 팬덤의 의견을 공개적인 토론의 장으로 끌어오겠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당대표후보로 출마한 박주민 의원은 "권리당원 일정 비율 이상이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당 대표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겠다"며 "진정한 디지털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서영교 의원은 "당사를 개방해서 당원들이 수시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정치공간', '정치카페'를 만들겠다"며 "당원의 의견이 중앙에서 의제로 다뤄질 수 있도록 '당원청원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당원의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개진의 장을 보장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의원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정당을 실현시키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국민과 멀어지고 당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메타정당을 제안했다. "민주당 싸이월드를 만들겠다"며 "전당원이 뛰어놀 수 있는 온라인 섹를 구축해 전당원 미니홈피는 물론 당원과 선출직, 당원과 당원과의 소통, 실시간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메타버스 민주월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당원주권위원회 신설과 전당원 투표제 상설화 등 전당원와 지도부의 상설 소통기구와 전당원에 의한 결정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도부와 계파 수장의 결단 절실 = 우 비대위원장이 다음 주에 '팬덤 양성화'의 일환으로 내놓을 '온라인 당원청원 제도'는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제도와 같이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더 높은 수준의 요건이 충족되면 당이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 비대위원장의 의도대로 "당원들이 개별 의원들에 문자를 보내지 않으셔도 당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건강한 당원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팬덤을 이용하거나 활용하는 의원이나 계파의 수장, 지도부의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갑석 의원은 "실망한 국민과 당원이 등을 돌리는데도, 일각에서는 팬덤이라는 말 뒤에 숨어 개인과 계파의 정치적 욕망을 당에 투사하고 있다"며 "당의 지도부는 당원의 뒤에 숨어 정치적 이익을 보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선이었던 민주당 모 전직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모를 청와대에 불러 해체를 요구하고 '이제는 나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양념' 발언으로 팬덤을 두둔한 게 부작용의 시발점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의원은 "당 차원에서 팬덤 당원들과 결별을 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한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공론의 장이 없거나 활발하지 않아서 생겨난 문제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고 편승하려는 의원이나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팬심이 극단화될수록 민심과 이반되고 그러면 대중 정치인에게 결국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의 팬덤문화는 주도권을 의원이나 지도부가 아닌 팬덤이 갖고 있는 게 문제고 이렇게 될수록 민심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에 아직 위기의식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정치인이 균형을 가져야 한다. 팬덤으로 당내에서는 모르겠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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