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비금융 자회사 소유 제한' 풀린다

2022-07-19 11:13:03 게재

금융당국 '규제혁신' 추진, 금산분리 규제완화 첫 논의 … "금융산업에도 BTS 출현할 수 있도록"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비금융 자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9일 은행회관에서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있다"며 "금융안정을 위한 기본 틀은 유지하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업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금산분리 제도 개선과 비금융정보 활용 활성화 등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간 서비스·데이터 융합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비금융회사 지분투자 확대 추진 = 은행들은 사용자 환경·경험(UI/UX) 디자인 회사,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하거나 중소기업 사업지원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등을 인수하고 싶지만 현재 은행법상 비금융 회사에 대해서는 15% 이내 지분투자만 가능하다.

또 은행이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비즈니스에 진출하고 싶어도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순업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금산분리규제의 과제와 전망'을 발표하면서 "금융을 포함한 경제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업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금산분리에 근거해 이뤄지는 규제 가운데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범위,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동일한 기술이 금융과 비금융에 혼재되어 사용되는 빅블러(Big-blur) 시대에도 금산분리규제를 금융업에 한정해 적용하는 체제는 금융과 비금융간 차별"이라며 "제조·판매와 같은 금융기능의 차이에 적합하게 금산분리 규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금산분리규제의 이론적 근거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며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 촛불 하나를 들고 꺼질까봐 걱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탁제도 개선, 대체거래소 도입 등 = 금융위는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포함해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에서 36개 세부 추진과제를 도출해 검토하기로 했다.

전업주의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 규제 틀로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서비스를 시범 운영·검증해 나가는 한편, 금융회사들이 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계열사 통합앱에서 고객맞춤형으로 카드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 은행 고객 정보의 계열사 간 공유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개선되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구현의 길이 열린다. 이 밖에도 금융위는 가상자산과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성장을 위한 규율체계 정비를 진행하기로 했다.

규제개혁의 또 다른 축은 자본시장 선진화다. 금융위는 은행과 증권이 유언대용신탁 등 종합재산관리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신탁제도를 개선하고 대체거래소 도입 등을 추진한다. 소규모 상장사의 경우 내부회계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장폐지 요건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행정지도와 감독·제재·검사 관행을 재검토해서 개선하고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 위원장은 "금융규제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규제혁신회의는 시장과 정부가 협력해 금융규제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민간 기구로, 경제·금융·디지털·법률·언론을 대표하는 민간전문가들(17인)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의장으로 선임됐다. 박 의장은 "규제혁신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해당 분야의 투자나 일자리 증가 등 실질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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