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제개편안 분석│① 결국 부자감세

서민·중산층은 찔끔, 재벌·부유층 과감한 감세

2022-07-22 11:37:47 게재

경기 불확실하면 '대기업 감세→대규모 투자 유도' 쉽지 않아

2008년 이후 사상최대 13조원 감세, 재정대응력 스스로 포기

윤석열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결국 '부자감세'의 유혹을 넘지 못했다. 비판여론을 달래기 위해 서민·중산층·중소기업 감세 카드까지 꺼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삼성전자 한 곳에만 1조원이 넘는 법인세를 깎아주면서 서민들에겐 연 수만~수십만원 감세해주는 것이 공정하다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성패는 13조원이 넘는 감세 조치가 실제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22% 인하로 대표되는 세금 감면 정책으로 '기업투자 확대→일자리 창출→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복합위기' 시점에서 대기업, 고소득층에 집중된 감세 기조가 정책적으로 합당한 조치냐는 비판이 크다. 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수 감소는 분명한데 기업 투자 확대는 확실하지 않아 도리어 재정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기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할 정부재정여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법인세 감세액이 절반 =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법인세법 등 18개 법률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번 세제개편 통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모두 13조1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세목별로는 법인세가 6조8000억원 줄어 전체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소득세(2조5000억원), 증권거래세(1조9000억원), 종합부동산세(1조7000억원) 순으로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현재 조세 체계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아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세율 평균이 21.2%인데 한국은 25%로 높아 국내·외 법인의 국내 투자를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수준의 법인세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감세 조치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리 경제 성장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로 생긴 기업 자금의 15.1%는 주주 배당으로 돌아가고, 59.5%는 재투자로 돌아간다. 또 소비자와 근로자도 각각 17.0%, 8.5% 정도 가격과 임금 측면에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발생하는 세수감소분(13조1000억원)의 세부담 귀착 효과도 주로 법인(6조5000억원), 고소득층(1조2000억원)에 집중됐고, 서민·중산층의 경우 2조2000억원 감면에 그쳤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은 명백한 재벌·부자감세"로 규정하고 "법인세 최고세율만을 인하하는 점과 전략산업기술에 대한 세제지원대상 확대, 상생협력촉진세제 일몰 종료 등은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세제안은 대자본 재벌을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어떤 내용 담았나 = 한편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세재개편안에는 우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4단계인 과표 구간은 3단계로 단순화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과표 구간 5억원까지 10%의 특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서민·중산층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근로소득세 과표 구간을 14년 만에 손보기로 했다.

소득세 하위 2개 과세 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해 6% 세율이 적용되는 현행 1200만원 미만 구간은 1400만원으로, 15% 세율이 적용되는 1200~4600만원 구간은 1400~5000만원으로 인상한다. 반면 총급여 1억2000만원이 넘는 고수익 근로자는 근로소득세액 공제한도를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해 소득세 개편에 따른 고소득자 감세 효과를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세제도 뜯어고친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과도하게 쏠린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다주택자 중과세율(1.2~6.0%)은 폐지하고 보유 주택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

종부세 기본공제금액도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한다.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금액은 현재 11억원인데, 이를 양도소득세 고가주택 기준과 일치시켜 12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내국세 15개와 관세 3개 등 총 18개 개정대상 법률안은 8월8일까지 입법 예고한 후, 8월2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2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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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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