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넥슨 방영훈 게임 디자이너

플레이어를 잡아끄는 게임 디자이너의 힘

2022-07-27 10:53:40 게재
방영훈 게임 디자이너 | 웹젠, 위메이드, 엔씨소프트, 캡콤코리아, 넥슨게임즈에서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 넥슨에서 서비스 예정인 '프로젝트 HP'의 게임 모드 디자인을 맡고 있다. 사진 배지은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광고를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그래픽이 마음에 들어서, 친구가 하는 게임을 같이하기 위해서 등등.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게임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건 '재미'다.

개개인마다 재미의 기준은 다르지만 게임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지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플레이어를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이 게임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넥슨의 방영훈 게임 디자이너를 만나 업무에 필요한 역량과 진로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하면

게임 디자인이란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다. 게임을 계속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잡아두는 것이 게임 디자이너의 몫이다. 업무 흐름을 보면 초기 기획 단계에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계한다. 게임에서 필요한 기능과 재료는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 같은 다른 직군 동료에게 제작을 요청한다. 이후 의도에 맞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게임 내에서 구동된다. 실제로 테스트 해보면서 이상은 없는지, 생각했던 재미가 전달되는지, 다른 요소와 잘 어울리는지, 더 추가할 것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 게임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어릴 적 꿈은 만화가여서 미대를 준비했지만 대학에 진학하진 못했다.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다 휴대전화 판매도 하고, 전화 상담사도 했다. 그러다 문득 학창 시절에 게임을 만들었던 게 너무 재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프로그래밍 같은 전문 능력은 없지만 게임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 웹젠의 '썬온라인'팀에 게임 테스터(QA)로 합류하게 됐다. 당시 게임 개발이 너무 재미있어서 QA로서 주어진 업무뿐 아니라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서 제안하곤 했다. 이를 눈여겨보던 당시 '썬온라인' PD님이 게임 디자이너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추천해주셨다. 게임 디자이너는 여러 팀과 소통할 일이 많은데 저는 다른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 장점으로 작용했다.

■ 잘 디자인된 게임이란 어떤 게임인가.

아트는 눈에 보이고, 프로그래밍은 버그 유무로 최적화된 상태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이 잘됐는지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익숙해져야 체감할 수 있다. 캐릭터의 플레이 방식, 생명력, 능력치 등 게임 속 여러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매끄럽게 구동되면 잘 디자인된 게임이다. 대표적으로 '잇 테익스 투'는 2인용 게임으로 두 사람이 협동해야 진행되는데, 어드벤처와 퍼즐 등 여러 장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지루하지 않게 기획됐다.

■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국·영·수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적 사고로 문제를 풀어내고, 이를 언어로 잘 정리해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협업하는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실무와 연관해서는 기본적으로 MS오피스 툴은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게임 퀘스트의 보상을 두배 늘렸을 때 플레이 유지율은 어느 정도 수치로 늘었는지 등을 데이터로 정리할 때 엑셀은 필수적이다. 기획한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전달할 때는 파워포인트가 필요하다. 포토샵도 다룰 줄 알면 굉장히 유리하다. 글보다 이미지로 설명하면 훨씬 쉽게 와 닿는다.

■ 어떤 전공이 유리할까.

물론 게임 디자인을 전공하면 유리한데, 다른 직군에 비해 전공 과정이 필수로 요구되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일이어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분들도 많다.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메이킹 등 콘텐츠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인문학 전공도 강점일 수 있다. 다만 동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초 수준의 프로그래밍과 아트 개념을 공부해두면 좋다.

현재 학점은행제로 뒤늦게 컴퓨터공학을 전공 중이다. 나중에 힘들게 공부하지 말고,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해줄 말이 있다면.

가장 좋은 건 혼자서든 친구들과 합심해서든 직접 게임을 만들어봐야 한다. 그냥 들어서 배우는 것과 경험하는 것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단순히 게임을 즐겨하는 것과 만드는 것의 차이도 크다. 요즘엔 쉽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툴도 많이 보급됐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법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0년차 게임 개발'이란 책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의 시행착오를 담은 책인데, 게임이 만들어지는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지선 내일교육 기자 j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