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열달 만에 고금리(5% 이상) 두배 증가

2022-08-08 11:28:55 게재

올해 7월 빅스텝은 반영안돼, 조만간 대세될 듯 … 1년 전 대세였던 3% 미만 저금리는 실종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후 10개월 만에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고금리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 이른바 '빅스텝'은 반영이 안된 것이어서 앞으로 고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국내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내걸린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8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수준별 가계대출 비중에서 5%를 넘는 고금리 비중은 11.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이 기존 0.50%인 기준금리를 0.75%로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8월 고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5.3%에 불과했던 것에서 10개월 만에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반해 3% 미만의 저금리 대출은 급속하게 줄었다. 올해 6월 기준 3% 미만 대출은 전체 신규취급 가계대출에서 8.8%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전체 대출에서 64.0%를 차지했던 3% 미만의 저금리 대출이 같은 기간 거의 사라진 셈이다.


이 기간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해 5월(1.75%)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1.25%p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은행권 조달금리인 코픽스 인상과 대출금리가 차례로 오르는 구조여서 6월 기준 가계대출 추이는 5월 기준금리 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7~8월 가계대출 금리추이에 5월(0.25%p)과 7월(0.50%p)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고금리 대출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가계대출 가중 평균금리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3.10% 수준에서 올해 6월 기준 4.23%로 열달 만에 1.13%p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같은 기간 1.16%p, 신용대출은 2.03%p 인상됐다. 특히 신용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6%대에 진입했다.

개별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도)는 이미 상단이 6%대에 근접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5일 현재 연 3.920∼5.969%에 이르고 고정금리는 연 3.880∼5.792% 수준으로 변동금리 상단 금리가 더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더 반영되고, 하반기 한은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주담대 변동금리는 최고 7%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금리가 치솟으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8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895조4584억원에서 11월 910조489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5월 기준 905조7271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가 대출을 줄이고 있음을 추세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전반에 하방압력이 증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민간소비는 최대 0.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달 2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25%p 인상해 2.50%까지 오르면 불과 1년 만에 2.0%p 인상되는 셈이어서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민간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추계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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