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푸드테크가 김치산업을 바꾼다

2022-08-11 10:34:22 게재
장지윤 세계김치연구소 발효조절기술연구단장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노래를 선곡하고 인공지능 로봇이 서빙을 하는 시대다.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릴 날도 멀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 스며든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미래기술로 주목받는다.

특히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공지능 연구가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김치와 같은 전통 발효식품 분야다.

전통발효식품, 아직 인공지능 사각지대

인공지능은 이미지와 영상을 빠르게 인식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거나 보정해 인간이 접할 수 있는 이미지 세계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이미지 세계에서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영역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류하는 영역과 이미지를 생성·변환하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고 매일 먹는 '김치'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은 어떠한 영역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김치는 식품 내·외부에서 다양한 미생물의 생장과 사멸이 일어나는 과정을 거치며 이때 식품 표면의 변화가 생긴다. 즉 발효식품을 위한 인공지능은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표면의 미세한 변화를 세밀하게 탐지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 비슷한 수준의 이미지에서 좀 더 세밀한 영상으로 발효 정도의 차이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알고리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김치는 표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미지)만으로 품질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발효현상에 영향을 주는 환경 데이터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다시 말해 김치 레시피와 발효온도는 물론 발효 단계별 김치의 수소이온농도지수(pH)와 산도변화, 김치의 발효를 주도하는 유산균의 변화 등 여러가지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김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학습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중이다. 김치 7종(배추포기 배추맛 총각무 깍두기 파 갓 동치미)에 대한 발효영상과 이미지, 발효환경·품질 데이터에 대한 막대한 양의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관련 인공지능 모델도 새롭게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김치 품질·생산성 높이고 비용도 절감

실제 김치를 사진 촬영해 프로그램에 적용하면 인공지능이 해당 김치 발효단계와 품질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pH 산도 총균수 유산균수 등)를 인식하게 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할 AI 기반 발효품질 예측 모델은 김치제조업체에서 활용하면 제품 품질에 대한 손쉬운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또 김치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소요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마트에서 김치를 고를 때 고민되는 순간들이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어느 김치가 맛있을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대기업 김치가 카트 위에 놓여 있는 경험 말이다. 요즘 세대는 합리적인 '가치소비'를 지향한다. 앞으로 소비자가 김치를 고르는 기준 역시 '브랜드'보다 '맛과 품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치를 생산할 때 AI로 똑똑하게 품질관리를 했는지 여부도 김치 선택의 중요한 정보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