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재무성과' 강조하다 '공익성' 약화 우려
공기업·준정부기관 130→88개
평가 배점기준 '문재인 이전' 복귀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 확정
정부는 현재 △정원 50명 △총수입액 30억원 △자산규모 10억원 이상인 공공기관을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내년부터 정원이 300명 이하인 공공기관을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수는 현재 130곳에서 88개로 42곳이 줄어든다. 규모가 작은 42곳 공공기관은 주무부처가 직접 관리하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해선 매년 기재부가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에 따른 성과급이 지급된다. 반면 기타공공기관은 주무부처가 직접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해임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영평가 배점기준도 크게 바뀐다. 개편방안에 따르면 현행 25점으로 전체 평가에서 1/4에 해당하는 '사회적 가치 구현' 점수를 15점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재무관리 비중을 10점에서 20점으로 높이기로 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균등 기회, 사회 통합 등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의 배점을 25점으로 상향한 바 있다. 박근혜정부 당시 11점에서 두 배 이상 배점을 높인 것이다. 공공을 통한 고용 확대에 제동을 거는 재무건전성이나 효율성 지표를 최소화한 셈이다.
윤석열정부는 이러한 평가 지표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유발해 재무건전성을 약화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지표의 정상화 차원에서 배점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평가지표 논의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가치의 배점을 한 자릿수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민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절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나 코레일 등 만성·구조적 적자상태인 공기업들은 아예높은 경영평가 점수를 받기 어려워졌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점수는 공공기관장과 임직원들의 상여금 수준과 직결된다. 이때문에 앞으로 공공기관들이 공익보다 당장의 수익에 치중하면서 장기적으로 공익성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공공기관의 공익성 약화는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혁신 TF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사회적 가치 배점이 과도하다'고 지적했고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총사업비 증가 추세와 사업추진의 자율성 확보 등을 고려해 공공기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금액을 상향키로 했다. 현재 총사업비 1000억원이 넘고 기관·정부부담액 500억원 이상인 공공기관의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총사업비 2000억원과 기관·정부부담액 1000억원 이상으로 2배 상향한다. 또 해외사업의 경우, 특성을 반영해 수익성 평가비중을 높이고 국제금융기구 등 검증결과를 활용키로 했다.
예타 의무기준을 낮추는 대신 신규 투자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성 확보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공운위가 기관 내부 타당성 검증절차 이행실적을 점검해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한다는 것이다.
일률적인 관리기준이 적용되던 기타공공기관은 연구와 의료, 소규모 기관 등 기관 특성에 따라 차별화해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연구개발목적기관은 우수인력 채용을 위해 박사급 채용절차를 개선하고 해외인력 유치를 위한 지원방식을 다각화한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은 감염병 등 위기시 적기대응을 위해 인력·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소규모기관의 경우, 행정부담 완화를 위해 주무부처의 경영평가를 간소화한다.
공공기관의 직무급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제를 적극 도입한다. 직무급 도입 평가 우수기관에는 총인건비를 인상하거나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위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내부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고 비상임이사 활동도 내실화한다. 이를 위해 현재 36 공기업 중 22곳에만 설치된 감사위원회를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