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코인거래소 국내 진출?' 코인업계 '긴장'

2022-09-07 11:37:47 게재

세계 1·2위 업체 움직임 빨라져, 설립·인수 전망 … "국내 시장 판도 바뀔 것"

세계 최대 가상자산(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세계 2위 업체인 FTX의 국내 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코인거래소들이 긴장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7일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국내 5대 코인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바이낸스와 FTX에서 국내 코인거래소들과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에 코인거래소를 신설할지, 기존 거래소를 인수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자오 창펑이 지난 6월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2022'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로이터


바이낸스와 FTX는 지난달 부산시와 '부산 디지털 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인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 창펑이 직접 부산시를 방문했고 FTX는 투자부문 대표인 에이미 우가 방문했다.

바이낸스는 3000만명 가량이 이용하는 전 세계 1위 코인거래소로 지난해 200억달러(약 26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거래규모는 7조7000억달러(약 1경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거래소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인거래를 하는 이용자들은 바이낸스를 다 알고 있어서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단숨에 업계 2위가 될 수도 있다"며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정보 분석업체인 아케인리서치(Arcane Research)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는 최근 3개월간 바이낸스에 접속한 국내 이용자의 트래픽 수는 약 9백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2위 코인거래소인 FTX는 지난해 10억2000만달러(1조36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1189억원) 대비 1046% 증가한 것이다. 순이익은 3억8000만달러(5076억원)로, 전년(227억원) 대비 2000% 이상 늘었다. 두 거래소는 각각 2017년과 2019년 설립돼 업계에서는 출발이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내 시장은 해외거래소들이 진출하기에 매력적이다. 국내 코인거래소 총이용자수는 지난해말 기준 1525만명이지만,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이용자수는 558만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약 670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FTX가 국내 코인거래소 2위 업체인 빗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인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금융당국의 심사기준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당국의 신고·수리를 거치지 않은 해외 코인거래소의 영업은 불법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거래소를 설립해 신고·수리를 받거나, 국내 거래소를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금융당국의 신고·수리에 근거가 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코인거래소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홍콩계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국내 코인마켓 오케이비트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크립토닷컴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오케이비트의 등기임원 변경신고를 신청했다.

FIU는 대주주의 적격성을 따지지 않지만 코인거래소 임원에 대해서는 금융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크립토닷컴에 대해서도 변경신고를 신청한 등기임원의 국외 금융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FIU 관계자는 "임원의 금융업법 위반 전력이 있다고 해서 불수리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더 주의 깊게 모니터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해외 코인거래소가 국내에 거래소 설립 신고를 하거나 인수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금융당국에 알려진 바는 없지만 외국인의 국내 코인거래소 설립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현재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코인거래와 관련한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내년에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코인 관련 업권법이 만들어지면 대주주적격성 등 보다 엄격한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가 갖춰질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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