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지방시대법안 대대적 수정 필요"

2022-11-02 11:02:38 게재

"지자체 의견 충분히 반영 안돼"

국회 심의 때 핵심 쟁점 될 듯

윤석열정부가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시도지사들이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자체가 이 법안의 핵심 주체여서 정부나 국회도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국회가 이 법안을 어떻게 논의하고 결정할지 주목된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방분권·균형발전특별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정부가 확정한 법안에 대한 '법안 개정 요구안'을 발표했다. 형식은 '특별법 입법과정 검토'라는 연구보고서이지만 그동안 시도지사협의회가 제기한 요구사항을 담았다. 법안의 국회 상정 및 심의를 앞두고 요구안을 쟁점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협의회는 우선 정부 입법안의 장·절 구성부터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제정안 3장 '지역균형발전시책과 지방자치분권과제의 추진 등'의 문구와 그 아래 1절(지역균형발전시책), 2절(지방자치분권과제)의 순서를 문제 삼았다. 협의회는 "제정안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분권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3장 문구와 1·2절의 순서부터 법안의 제목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3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조항에서 '국가는 대한민국이 지방자치분권국가임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거나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도록 했다. 또 '국가는 지역균형발전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조치를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도 국가의 책무로 규정토록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지자체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자신의 사무를 자신의 책임 하에 수행해야 하며, 국가의 지원에 부응하여 지방자치의 구현과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도록 했다.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수립(6조)' 조항에 정부가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중점 추진 과제와 우선 순위를 정하도록 명시할 것도 요구했다. 이는 과제를 확정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된 문재인정부의 2단계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일을 막자는 취지다.

또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공모사업을 최소화하라는 내용도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공모사업이 불필요한 경쟁과 행정력 낭비 등 지자체에 미친 영향이 컸던 만큼 사업계획 수립단계부터 이를 최소하화도록 명문화하자는 의도다.

이밖에 시도지사들은 '지방재정 확충(37조)'과 관련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 확대' 조항에 만족하지 않고 '지방교부세 인상'과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규모 확충'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까지 법안에 담도록 요구했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43조)'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 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명시해 지자체 역시 행정체제개편의 주체임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또 시·군·구 통합과 관련해 '통합이 필요한' 지역을 '통합을 희망하는' 지역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시·군·구 통합절차(45조)와 관련해서는 '위원회는 시·군·구의 통합을 위한 기준에 따라 통합대상 지자체를 발굴한다'는 내용의 삭제를 요구했다. 통합이 지자체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협의회는 지방시대위원회 구성 또한 기존 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은 '위원 32명 이내, 13개 부처 장관'인데 여기에 '36명, 14개 부처 장관, 대통령비서실 정무·경제·사회수석'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추진상황 보고를 대통령에게 하도록 한 당초 안을 수정해 '대통령과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보고하도록 하자는 것 역시 시도지사들의 요구다. 홍선기 협의회 선임연구위원은 "법안의 체계나 내용에 지방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진정한 지방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균형발전법과 지방분권법을 폐기하고 새로 마련한 통합법률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시도지사협의회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지방시대위원 당연직 위원에 고용노동부장관을 추가로 넣었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도 필요한 경우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반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