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눈치보기 급급한 여당 … 대체 왜 이럴까

2022-11-17 11:19:51 게재

여당, 윤 대통령 '독주' 견제커녕 '거들기' 바빠

공천권 눈치, 이준석 교훈, 개혁세력 부재 원인

지지율 동반하락 … "총선 닥치면 나서게 될 것"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윤심'(윤석열) 눈치보기에 바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견제구를 날리기는커녕 거들기에 급급하다. 왜 이럴까. 여당 지지율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동반추락하면서 당내에서도 걱정스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언하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ㅣ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비례초선이 원내대표 비판 = 17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엄호에 바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4박 6일 순방기간 동안 거대야당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요구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막아섰다. 한때 당내 일각에서는 예산국회를 염두에 두고 협상론이 제기됐지만 윤핵관이 앞장서 '국정조사 불가론'을 관철시켰다. 윤 대통령 의중을 좇은 것. 이상민 행안부장관 문책론도 마찬가지다. 참사 직후에는 당내에서 '문책 불가피론'이 대세였지만, 윤 대통령이 '선 수습' 원칙을 내세우자 부랴부랴 문책론을 거둬들였다.

윤 대통령 심기 경호의 절정은 '김은혜 홍보수석 퇴장 사건'이었다. 국회 국정감사를 받던 김 수석이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누다 운영위에서 퇴장을 당한 것을 놓고 윤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퇴장조치를 내린 주호영 운영위원장(원내대표)에게 비난을 퍼붓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윤 대통령 수행실장 출신인 이 용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비판하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비례대표 초선까지 나서서 원내대표를 흠집 내는 것은 참으로 방자하고 못된 행동"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향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언급하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포르노'라는 단어에 주목, 장 의원 저격에 나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SNS에서 여당을 향해 "먹방 유튜버들이 포르노 배우라는 것인가. 이성을 찾자"고 당부했다.

◆개혁 초선모임도 없어 = 여당이 왜 '윤심' 좇기에만 급급한 것일까. 당내에서는 크게 3가지 이유를 꼽는다.

비윤 초선의원은 16일 "내후년 총선 공천권이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다들 눈치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원 대부분이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권 출신이다보니 눈치보기가 더 극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교훈'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당에서 축출된 이 전 대표를 지켜본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권력의 무서움을 절감했다는 해석이다.

비윤 중진의원은 여당 의원들의 자질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 중진의원은 "역대 국회에서는 초선의원들의 개혁모임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이번(21대 국회)에는 그런 모임조차 없다"며 "잘못된 공천이 반복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윤심' 좇는데 급급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민심과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한국갤럽 정례조사 기준,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지난 7월 이후 20%대로 추락해도 여당 지지율은 30%대를 지켰지만, 여당이 '이준석 축출'에 앞장선 이후에는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당내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비윤 초선의원은 "당내에도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상당히 존재한다"며 "당무감사까지 지켜보고 그 뒤에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초 전당대회를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엿보인다. 총선이 임박해 위기감이 절정에 달해야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다. 앞서 중진의원은 "(윤 대통령) 임기가 아직 초반이라, 의원들이 나서기 어렵다. 내년 후반기에도 국정지지도가 지금 수준에 머물면 의원들이 위기감 때문에라도 살 길을 찾아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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