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하는 세계 탄소가격, 대응 정책 시급

2022-12-05 10:46:14 게재

'전기료 원가주의' 기조 발맞춰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늘려야

"2030년에는 탄소 1t당 평균 가격을 75달러로 올리는 일과 같은 예측 가능한 궤도를 설정하지 않는 한 기업과 소비자가 이행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기지 않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COP27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현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산업구조에 온실가스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게 현실이다.

국제적으로 탄소 가격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7일 미래 탄소 가격을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내부 탄소 가격'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10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기념식서 '올 타임 넷제로' 선언을 하는 장면. 사진 출처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1일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사회 동향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배출권 100 중 유상할당 대 무상할당 비중이 10대 90이라면 실제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되는 탄소 가격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TS란 온실가스 배출자가 배출량에 비례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해 탄소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발행한다.

기업들이 배출권을 정부로부터 유료로 사는 걸 유상할당이라 한다. 무상할당은 배출권을 무료로 기업들이 받는 걸 말한다.

유럽연합(EU) ETS의 경우 유상할당 비중이 높다. 국제 협력 포럼인 ICAP(International Carbon Action Partnership)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에 할당된 배출권을 정부가 경매방식을 통해 판매하는 유상할당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10%다. 전체 할당 대상 업체 중 비중으로 계산하면 3%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EU 57%, 영국 53%, 독일 100%, 뉴질랜드 56% 등으로 유상할당 비중이 높다.

지난해 한국의 배출권 유상할당 경매수입은 약 2944억6000만원이다. 이 수입은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는 기후대응기금으로 활용된다. 올해 총 기금 규모는 2조1700억원이다.

11월 30일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들도 세계 경제 흐름이 변화하는 걸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유상할당 비중을 높이는 속도와 간접배출 문제 등을 포함해 폭넓게 논의 중이지만 기후대응기금이 유상할당 경매수입만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수입을 별도로 운영하는 식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후대응기금은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매각 △교통·에너지·환경세 배분 △타 회계·기금 전입 등을 재원으로 한다.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 등은 윤석열정부의 전기요금 원가주의 기조와도 맞물린다. 유럽연합(EU)처럼 발전업종에 탄소배출권을 전부 유상할당하면 비용이 원가에 포함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시장 자유화가 된 독일과 우리나라는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다각도로 검토를 한 뒤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2일 염광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력 도·소매시장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독일의 경우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고 ETS 가격 역시 한국보다 높게 형성 된다"며 "최근 전기요금 상승 문제의 원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다는 걸 독일 시민들은 명확히 알기 때문에 요금 인상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정부가 자국민 보호 정책을 제대로 펼치는지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비영리 기관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독일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다.

[관련기사]
[탈탄소경제 새로운 시장] 음식물쓰레기가 수소로 … 국내 생산목표 필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 '수소(水素)'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