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 '수소(水素)'

2022-12-05 10:46:13 게재

지구상 수소는 대부분 물 상태

지금은 헬륨가스를 쓰지만 예전에는 수소(H2)풍선이 많이 팔렸다. 수소풍선의 폭발력이 얼마나 큰지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1980년대 말 단체 연말행사 장식용으로 썼던 수소풍선 하나가 담뱃불 때문에 터졌다. "꽝!" 수류탄이 터지는 정도의 강한 폭발음이 나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 머리카락이 다 그을렸다.

'수소'(Hydrogen)는 우주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수소는 지구에 존재하는 원소 중에서 가장 가볍지만 대기 중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는 극히 적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전기로. 사진 현대제철 제공


지구 대기는 대략 78%의 질소, 21%의 산소, 0.93%의 아르곤, 나머지 이산화탄소, 수증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기 중 수소 비중은 0.00005%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대기 상층부에 있고 지표면에는 0.00001% 극히 미량만 존재한다. 지구상 대부분의 수소는 H2O(물) 상태로 존재한다.

16세기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는 금속이 산에 녹을 때 기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수소'라고 처음 언급했다.

1776년 헨리 캐번디시는 그 기체를 연소시키면 물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헨리 캐번디시는 보통 '수소의 발견자'로 인정받는다.

1783년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그는 '물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원소'라는 뜻으로 이 원소의 이름을 '수소'(水素)라고 지었다.

수소는 공기와 혼합한 후 불꽃을 튀겨주면 폭발적인 연소반응을 보인다. 가연성 물질이지만 연소할 때 약간의 물과 극소량의 질소산화물(NOx)만 배출한다.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키면 전기와 열, 물이 발생한다. 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려면 보일러로 물을 끓여 고압의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야 하지만 수소연료전지는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로 변환하기 때문에 효율이 훨씬 높다.

196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11호 우주선에 수소연료전지 3대를 탑재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우주선 1대당 2300W까지 전기를 생산했다. 수소는 모든 전자기기를 작동할 전기를 생산했고, 이 과정에서 나온 물은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수가 되었다. 수소연료전지는 인류 달 착륙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수소에너지는 석탄 석유 가스와 달리 전기처럼 만들어내야 하는 2차 에너지다. 수소는 △정유나 제철 공정의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방법 △천연가스(메탄)에서 추출하는 방법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 등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생산된다.

우리나라 산업공정에서 나오는 수소 부생가스는 자동차용으로만 쓸 경우 200만대 분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등록 자동차대수는 2022년 1분기 2507만대로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수소는 천연가스(메탄) 개질을 통해 주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수소의 10배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태양광이나 풍력 바이오가스 등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성까지 갖춘 수소 생산이 중요한 과제다.

수소는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줄일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철광석은 지구 무게의 1/5을 차지할 정도로 무궁무진하지만 산소와 결합해 녹이 슨 산화철(Fe2O3) 상태로 존재한다. 철광석은 'Fe 2개 + 산소분자 3개'다. 여기에 수소를 넣으면 물과 함께 철(Fe)이 생성된다.(Fe2O3+ 3H2 → 2Fe + 3H2O)

그린 수소로 철을 생산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이 쇠를 녹여서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제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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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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