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경제 새로운 시장

음식물쓰레기가 수소로 … 국내 생산목표 필요

2022-12-05 10:46:13 게재

해외 수입 수소에 의존하면 에너지 안보 문제와 직결 … 산업 육성 위해 '생산량 확대'와 '수요처 확보' 함께 고민

여야가 모두 발의한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 법안'(바이오가스법)이 지난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하면서 수요처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경제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이오가스란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분해(혐기성소화)할 때 생산되는 수소나 메탄 등을 말한다. 이 메탄가스 등을 에너지화해 각종 발전연료 등으로 사용한다.

충남 서산시 자원순환형 바이오가스화 시설에서는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 분뇨 하수농축슬러지 등을 바이오가스로 만든다. 사진 김아영 기자


바이오가스법은 지방자치단체와 일정 규모 이상의 배출·처리자 등에게 유기성 폐자원 처리 시 일정 부분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피시설인 하수처리장을 친환경 분산에너지원으로 = 1990년대 음식물쓰레기 매립이 악취 및 침출수 피해 등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대적으로 공정이 단순해 설비투자비가 저렴하고 국내 산업·기술로 대응할 수 있던 사료화·퇴비화 시설이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상근 수석전문위원의 바이오가스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음식물 퇴비 수급불균형 △퇴비 과다 살포로 인한 수질·토양 오염을 막기 위한 오염원 관리 및 환경기준 강화 등으로 이러한 처리 방식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유기성 폐자원 발생량은 최근 증가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유기성 폐자원 발생량은 2010~2019년 10년간 약 14.7% 증가했다. 게다가 탄소중립 시대에 에너지화 잠재력이 큰 유기성 폐자원을 바이오가스화하는 방안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가스 기술 개발 및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2016년 기준, 1만4400t/일) △하수슬러지 발생량(2016년 기준, 1만5825t/일) △가축분뇨 발생량(2015년 기준, 17만3300t/일)을 바이오가스로 전량 전환하면 304만2000TOE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7.1㎥/년이다. 바이오가스 강국인 덴마크의 경우 160㎥/년(2020년)이나 된다. 독일은 109㎥/년(2015년)이다.

11월 30일 환경부 관계자는 "바이오가스 산업이 제대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생산만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민간기업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시장이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처리-환경부, 에너지-산업부 식으로 분절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소리다.

서울 강서구 양천로 서남물재생센터 인근에 있는 마곡 에코 수소 충전소.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만들어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사진 김아영 기자

하수처리장이나 가축분뇨처리 시설 등을 바이오가스 에너지 생산시설로 접근하면 새로운 친환경 분산에너지자원 확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 분산에너지자원이란 국가별로 정의가 다르지만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 소비 저장하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물론 잉여전력,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역별 전력 자급률(2019년)은 △서울 4.6% △경기 60.4% △대구 21.2% △강원 174.8% △충남 224.7%로 편차가 크다.

◆"해외 수소 의존 줄이기 위해 바이오가스 활용 방안 고민" = 바이오가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량과 수요처를 함께 확대해야 한다. 바이오가스 신시장 중 하나가 바로 수소 분야다.

바이오가스 제조시설에서 나오는 고순도 바이오메탄을 활용해 수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정부에 이어 윤석열정부도 수소 경제 활성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 △인프라·제도 구축 수소 생태계 확장 △국내외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등 세부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1일 이한우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 단장은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안보 문제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됐다"며 "수소경제 활성화는 가야 할 방향이지만 해외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생태계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은 국내 여건상 아직은 한계가 많기 때문에 하수슬러지 음식물쓰레기 축산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에게 명확한 투자 요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수소 수요의 25%는 국내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등 방안을 마련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등으로 나뉜다. 그레이수소의 경우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물에 함유된 수소를 추출한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 개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제거한 경우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개정되면서 청정수소 개념이 법적으로 도입됐다. 수소법 제2조에 따르면 청정수소는 △무탄소수소 △저탄소수소 △저탄소수소화합물 등으로 나뉜다.

무탄소수소란 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저탄소수소는 수소 생산 수입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로 배출하는 수소다. 저탄소수소화합물은 수소의 운송 등을 위해 생산된 수소화합물이다. 이 역시 생산·수입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로 배출할 때 해당한다.

◆바이오가스는 청정수소중 어느 영역? = 문제는 바이오가스가 어느 영역에 속하느냐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는 아직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GO'(Guarantee of Origin scheme for premium hydrogen)제도를 운용 중이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1㎏ 추출할 때 이산화탄소를 10.92kg 배출하는 경우를 '프리미엄 수소'(Premium H₂)로 분류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이보다 60% 이상 절감하면 저탄소수소로 정의한다.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CCS)하거나 활용(CCU)했을 때도 해당한다. 그린수소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60% 이상 저감하거나 신·재생에너지로 만들 때 인정해준다.

2일 산업부 관계자는 "그린수소 여부 등은 온실가스 배출 정합성에 따라 판단한다"며 "바이오가스의 경우 종류가 다양하니 일괄적으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고 온실가스 배출 여부 등 기준에 맞춰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해외에서 수입하는 일보다는 국내에서 생산·조달을 하는 게 좋지만 25% 목표 설정 등은 듣지 못했다"며 "시장 상황이나 실현가능성 등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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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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