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뺑소니도 형사처벌

2022-12-15 11:03:09 게재

범칙금 처벌에서 강화돼 눈길

차량 운전자가 반려동물을 치어 죽게 만든 사건에서 법원이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내놨다.

그동안 반려동물의 교통사고는 범칙금만 부과를 해 왔는데, 관련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평가다. 특히 국회에 올라가 있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반려동물 사고에 대해 운전자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단독 권영혜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9월 서울 종로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앞에서 길을 건너던 B씨의 반려견을 치고 현장을 수습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횡단보도에는 B씨가 강아지와 보행중이었으나 A씨는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왼쪽 앞·뒤 바퀴로 강아지를 밟은채 지나갔다. 강아지는 동물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죽고 말았다.

검찰은 170만원 상당의 재물(강아지)을 손괴하고, 사고 현장에서 즉시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A씨를 약식기소했다. 법원이 A씨에 대해 벌금 250만원의 약식명령을 하자, 그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맡은 권 판사는 "사고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피해회복 여부 등을 종합해 약식명령의 벌금액과 동일한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람을 친 후 도주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주인이 소유한 '재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이 범칙금 10만원 정도만 부과한다. 대개 범칙금 부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가해자가 약식기소 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권 판사는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흔들릴 정도였고, 피해자는 비명을 질렀다"면서 "A씨는 사고 후 주차차단기 앞에 정차해, 후사경(백미러)을 통해 피해자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사고 직후 피해자는 강아지를 동물병원 응급실로 옮겼고, 사고 현장 정리는 피해자와 다른 주민들이 맡았다.

B씨가 관리실에서 사고 차량을 확인한 뒤 가해자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A씨는 응하지 않았다. B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이동하자 A씨의 보험사로부터 전화가 왔을 뿐이다.

권 판사는 "사고 현장을 먼발치에서 처리 상황을 지켜보다가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 판사는 뺑소니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사람의 사상, 물건의 손괴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을 것으로 필요로 하는 고의범이나 인식 정도를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족하다"며 사고후 미조치로 판단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서울중앙지법 항소부에 배당될 예정이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해 7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민법 제98조의 2(동물의 법적지위)를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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