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 면탈' 수사 확대
2023-01-10 11:20:54 게재
체육계·공직자 자녀 등 100여명 수사선상
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홍진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를 받는 브로커 김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병역의무자 10명에게 뇌전증을 가장해 병역 의무를 면탈하게 해주고 1억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김씨와 함께 허위 뇌전증으로 의뢰인이 병역 면탈하도록 한 행정사 구 모씨를 지난달 21일 구속기소한 바 있다.
검찰과 병무청에 따르면 이들과 관련돼 병역 면탈을 시도한 관련자는 1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주요 대상자는 수십명으로 혐의를 시인한 프로배구 조재성 선수를 비롯 프로축구, 승마와 볼링선수, 래퍼, 고위공직자 및 법조인 자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진단 의료진도 수사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병역법 86조는 병역 기피나 감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였거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처럼 위장하게 되면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된다. 브로커의 경우는 면탈자와 함께 병역법 위반 공범으로 변호사법 위반과 문서위조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될 수 있다.
과거 병역면탈자의 유죄 처분은 미약했다.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을 살아야만 병역이 면제됐기 때문에 법원이 1년 6개월 이하의 형을 선고하고 재복무하도록 한 탓이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며 2020년 병역면탈자 46명 중 징역형은 3명뿐이었고 2021년은 면탈자 29명 중 징역형 선고는 없었다. 지난해 7월까지도 7명의 병역면탈자 중 징역형 선고가 없었다.
하지만 2020년 6월 병역면탈죄로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받더라도 병역면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앞으로 판결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법 위반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병역판정 검사를 받고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며 "특히 병역면탈죄로 1년 6개월 이상 실형을 받더라도 재복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병역관리자 지속적인 모니터링에도 병역 면탈 비리를 막지 못하자 병적 별도관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무청은 2017년 9월부터 사회 관심 계층에 대해 병적 별도관리제도를 운영해 왔다. 공직자나 체육선수 대중문화예술인 고소득자의 병적을 따로 관리하는 이 제도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해당자가 2만7953명에 이른다. 하지만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적발 사례는 과거 한 차례도 없었다. 이번 사건도 동종업계 행정사가 수사기관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신경계질환 등 판단 여지가 있는 병명의 면제 사유는 전문가 교차 검증을 하고 4급 이하 판정을 받은 사회복무요원 대상자도 검증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병역법 위반 범죄를 다루는 특별사법경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지난 4일 "뇌전증 병역면탈 범죄행위를 엄중 처벌하고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방지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적 별도관리 대상뿐 아니라 일반인이라 하더라고 병역면탈 혐의점이 발견되며 누구라도 조사를 하고 만약 혐의가 발견되면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며 "수사가 종료된 후 각종 제도 등 미비한 점이 발견되면 보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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