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 단기차입금 위기 온다

2023-01-16 11:11:04 게재

초기 미분양 늘면 채권 가치 하락 … 2008년 워크아웃 사태 재현될 수도

건설시장에 몰려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능 사태가 둔촌주공 PF 상환으로 일단락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견·중소건설사들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상반기, 또 다른 건설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건설사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견·중소건설사들이 분양한 단지 중 초기 분양률 50%를 달성하지 못한 곳이 12곳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지는 미분양 이후 할인분양 등을 통해 분양률이 일부 상승하기는 했지만 수익률이 떨어져 채권 상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초기 분양률을 높이지 못할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을 막기 어려워진다. 특히 건설원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매각할 자산이 부족한 중견·중소건설사들은 곧바로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2008년 12월 초기 미분양이 16만5000가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중견 건설사 10여곳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당시 홈쇼핑에서까지 아파트를 팔며 할인분양에 나섰지만 차입금을 갚지 못한 건설사들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에 반해 대형 사업장의 PF 사태는 한숨 돌렸다. 대표적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정상화하는 모습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사업비 7500억원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으로 국내 은행 5곳(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에서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19일 만기인 PF 사업비 7231억원을 모두 갚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합은 17일까지 진행하는 일반 분양 계약금으로 사업비를 상환하려 했다. 그러나 둔촌주공 1순위 청약 경쟁률이 4.7대 1에 그치며 계약률 70%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둔촌주공 미계약 물량이 30%를 넘을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 위기로 이어져 자금시장 경색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1.3 대책 등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초기 미분양 사태가 확대하면서 중소건설사 위험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초기 분양률의 경우 지난해 82%에서 올해 6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이미 건설사 내부에서는 PF 리스크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며 "문제는 미분양으로 인한 단기차입금 불안정 사태로 중소 건설사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2008년 워크아웃 사태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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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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