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

"해운시황 악화에 선사·화주 협력 관건"

2023-01-16 11:11:05 게재

장기계약운임 조정 필요

불황 이길 방안은 상생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해상운임의 급등은 단기간 수출 물량 집중과 물류정체가 원인이지 근본적으로 물동량이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선사들의 대규모 신조 발주는 향후 해운시황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다."

해상운임이 사상 유례없이 치솟으며 활황세를 보일 때 높은 운임을 이끌어갈 수요(물동량) 측면의 동력이 약하다고 지적하며 '닥터 둠'(시장의 거품에 대해 경고하는 전문가) 역할을 해 온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한 조정기에 들어선 해운·국제물류 시장에서 선주와 화주들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진해운 출신의 남 대표는 2018년 글로벌 디지털 통합물류 플랫폼 '밸류링크유'를 창업, 매년 급성장하며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남 대표는 15일 "선박 용선료지수, 운임지수 등 여러 선행지수들이나 수요 공급측면의 다양한 요소들을 보면 올해 해운시황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며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가 문제" 라며 "물동량 증가율 대비 공급량 증가가 워낙 많아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오래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1~2년 단기시황에 대응하는 방책보다 공급과잉 시장에서 화주나 해운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한국해운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고민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해상운임은 미국 서안 항만적체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이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연초 대비 70% 급락한 수준으로 조정됐다. 밸류링크유를 포함 국내외 시황분석기관들의 올해 시황전망도 공급량 증가율이 수요량 증가율보다 커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남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조정기에서 해운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긴호흡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대체 수익원 발굴에 있다고 말하며, 특히 코로나 기간을 지나며 신뢰가 약화된 화주기업과 해운기업이 실질적인 상생·협력 관계를 조속하게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유행 시기 선사들이 유리한 입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화주들이 '2 플러스 1년' 등으로 선복 장기계약을 했는데, 이런 중대형 화주들이 현 시장 운임 수준보다 너무 높은 운임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것을 계속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현재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영업을 계속하며 화주들과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선사와 화주들이 장기적으로 서로 신뢰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현재 계약된 기간을 조금 늘리면서 화주 입장에서 운임을 조정하며 상생 방안을 찾아가는게 중요한데, 국내 선사들보다 외국계 선사들이 조금 더 빨리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정부와 해운·물류협회 등 업계에서 강조하는 선·화주 상생도 선언적 차원을 넘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해운전망세미나에 화주와 물류기업들의 참여는 거의 없었는데 선사와 조선사만 모여서 하는 해운전망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 대표는 "선사들 모임에 가면 화주가 없고, 화주들 모임에 가면 선사가 없고, 물류는 물류기업대로 따로 모인다"며 "선사와 화주, 물류기업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내가 바라는 것을 말하지 상대 입장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자리가 부족한데, 주기적으로 그런 자리를 마련하여 서로의 고충과 요구사항을 듣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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