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입장바꿔 생각해보기'로 꾸준한 뇌훈련을

2023-01-17 00:00:01 게재
전지원 가톨릭의대, 뇌과학

2023년 새해가 된지 보름이 넘었다. 우리의 새해 결심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작심삼일이라는 말로 흔들리는 새해 결심을 비웃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작심삼일이라도 어디냐는 말이 들린다. 다행히 우리는 음력 1월 1일 설날이 있으니 지금이야 말로 2023년의 새해 결심을 다잡을 기회가 아닐까.

우리는 노력을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그 노력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데 있다. 열심히 하면 성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열심’이라는 게 어디 쉬운가. 게다가 방해물은 또 얼마나 많은가. 결심과 실천을 통해 내일의 ‘나’는 오늘과는 다른 새로운 ‘나’로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하루가 아닌 몇주 몇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대한 목표를 쪼개고 쪼개 아주 쉬운 과업으로 만들어 우리의 매일에 스며들게 한다면 1년 뒤 2024년 새해에는 한단계 나아간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뇌는 효율적으로 움직이지만 매우 게으르다. 불필요한 자원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데 도가 텄다고 볼 수 있다. 1984년 미국의 심리학자 수잔 피스케와 셀리 테일러가 처음 사용한 ‘인지적 구두쇠’라는 표현은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쉽고 간단한 방법을 사용해 최대한으로 인지자원을 덜 쓰려고 하는 우리의 인지체계를 잘 나타낸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되도록 쉽고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전략은 인지처리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새해 결심 지키기 힘들게 하는 ‘게으른 뇌’

한편 우리가 인지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은 자신의 태도나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모순이 되는 상태다. 1957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리온 페스팅어가 사용한 ‘인지부조화’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불일치되는 경우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인지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한 손쉬운 방법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또는 새로운 신념을 받아들여 태도나 행동을 정당화함으로써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반대로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방법은 어렵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된 상황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나 주변을 둘러봐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인지부조화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주요 뇌 영역은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로 알려졌다. 2010년 케이세 이즈마와 동료들은 인지부조화의 크기가 신념과 행동간의 불일치에 달려있다는 페스팅어의 개념을 지지하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음식 선호도와 관련된 인지부조화 실험을 통해 뇌활성화 양상을 조사하였는데 자신의 과거 선택과 불일치하는 행동반응을 해야 할 때 인지부조화 정도가 심할수록 전대상피질이 더 많이 활성화 되는 것을 관찰했다. 전대상피질은 최고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안쪽에 위치하며 인지적으로는 주요 정서와 관련 있는 구조물들이 속해있는 변연계를 둘러싸고 있다. 전대상피질은 인지적 갈등 상황, 외부 상황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사회적 거절상황 등에서 주로 활성화 되는 영역이다. 뇌 기능적 측면에서 볼 때 어려운 상황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뇌는 매우 효율적으로 진화해왔다. 뇌는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으면서도 유기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설사 일부분이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더라도 연결된 다른 뇌 영역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뇌 기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계속 훈련을 해야 한다. 명민한 정신활동을 유지하고 정신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지적으로 약간의 난이도가 있는 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따로 크게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출퇴근길이나 잠자기 전, 양치질하면서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게다가 이 방법을 잘 실천하면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바로 ‘입장바꿔 생각해보기’(Perspective taking)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론해보는 활동 중 하나로 인지부조화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전대상피질의 등쪽이 활성화된다고 알려졌다. 전대상피질의 등쪽은 내측전전두피질과 배외측전전두피질과 연결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인지적으로 추론해 볼 때 함께 활성화된다.

뇌 활성화 양상으로 놓고 본다면 입장바꿔 생각해보기는 인지부조화 상황만큼이나 어려운 임무일 수 있다. 하루아침에 숙련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하루에 5분만 투자해 이를 실천한다면 우리는 조금씩 어제의 나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사회생활이 원활해지는 것은 덤으로 말이다.

뇌가 더 열심히 활동하게 하는 보상

뇌가 반짝 정신을 차리는 순간은 보상이 주어질 때다. 사회적이든 물질적이든 보상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뇌는 열심히 활동한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를 실천한 후 다른 사람에게 보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내가 말이야 니 입장에서 생각해봤는데 나 잘했지!’라고 칭찬을 요구하는 것은 어린 자녀들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러니 훈련 후에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하자. 입장바꿔 생각하기를 잘 실천해서 사회생활이 원활해지는 경지까지 오른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긍정적 피드백은 우리 뇌에 사회적 보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