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선거구제 개편 … 진보진영만 군불 땐다

2023-01-27 11:17:52 게재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민주당·정의당 앞장

사실상 총선전 돌입 … 거대양당 과반확보 경쟁

초당적 의원모임 30일 출범, 여당 참여도 관심

22대 총선을 1년 2개월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정의당 등 진보진영이 선거법 개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내세웠는데도 여당의 참여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거대양당간 대립구도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도 달려있어 선거구제 개편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과 함께 여당의 적극적인 참여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민주당과 정의당에 따르면 오는 30일에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공식 출범식이 있을 예정이다. 처음엔 여야 중진급 의원 9명이 참여했지만 현재 60~70명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전체 의원의 절반인 150명까지 늘려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의사봉 두드리는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 |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당내에서는 선거법 개정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선거법에 문제가 있어 바꿔야 한다는 시각이 많고 어차피 의원모임이 아닌 정치개혁특위에서 의견을 모아야 하는 만큼 이를 추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한 만큼 여당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열려있다"면서 "초당적 의원모임에서도 자체 안을 만들어내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최대계파로 불리는 '더좋은 미래', 친문그룹인 '민주주의 4.0' 등에서도 선거법 개편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탄희 전용기 의원이 김용태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천하람 전 혁신위원 등과 함께 꾸린 '정치개혁 2050' 역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관건은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다. 영남지역 의석을 잃게되는 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목표로 나설 국민의힘에서는 다소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현재 초당적 의원모임에도 정치개혁특위에 참여하는 소수 의원들 중심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양당 대결구도 갈수록 첨예 =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상수로 버티고 있는데다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선거법 개편에 적극 나설지도 의문이다.

총선에 다가갈수록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구도가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 '친윤계'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민의힘은 여소야대를 해소하고 22대 총선에서 과반을 얻어야 윤석열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민주당은 과반을 유지해야 윤석열정부의 사법적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측은 총선 성패가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거대 양당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제기한 '중선거구제'에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근본적인 걸림돌은 기득권 포기와 이와 연결돼 있는 국민 여론이다. 거대양당과 의원들이 의석이나 지역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거제도 개편에 나설 것이냐에 대한 해석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쉽지 않은데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기존 지역구에서 갖고 있던 기득권을 잃게 되는데 현역 의원들과 지역 정치인들, 지지층들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은 것이라도 합의한 것부터" = 김진표 국회의장, 남인순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편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합의하자'는 현실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직속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상수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상임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야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선거제 개편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완벽한 제도 개선을 만들기 보다는 여야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조금이라도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개혁 특위 논의를 봐야겠지만 자문위에서도 독자적인 개편안을 제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여야 간사들과 협의해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위한 법적 기한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한편 김진표 의장은 2월에 정개특위에서 복수안을 만들면 이를 전원위원회에 올려 3월 한달동안 생중계로 토론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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