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영어 출제경향

난도 널뛰는 수능영어, 어떻게 잡을까

2023-02-01 11:31:04 게재

모의평가와 수능서 난도 오락가락 … "예측 가능성 높아 기출문제 통해 대비해야"

수능 영어는 2018학년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상대평가로 등급이 갈리는 다른 영역과 달리 자신의 원점수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경쟁에 따른 학습 부담은 줄었지만, 만만한 영역은 아니다.
특히 최근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의 1등급 비율은 차이가 크다. 널뛰는 난도는 수험생을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도'가 아닌 출제 경향에 주목하길 권한다. 출제 유형은 물론 문항 구성까지 반복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절대평가이면서 난도가 널뛰는 배경과 학생들이 따라야 할 수능 영어 대비법을 알아본다.

 


"2022 수능보다 쉽고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
"지난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 학년 수능보다도 어려웠다."

2023 수능 직후 영어 영역에 대한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난도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었다.

채점 결과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총 3만4830명, 전체의 7.83%로 집계됐다. 2022 수능 영어 1등급 비율(6.25%)보다 조금 증가한 수치다. 수능 영어는 2018 학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원점수에 따라 90점 이상은 1등급, 80~89점은 2등급, 70~79점은 3등급 순으로 산출된다.

1등급 비율이 지난 학년보다 높았던 2023 수능은 비교적 쉽게 출제됐을까? 전문가들은 상대평가를 고려해 중상위권인 2~3등급 비율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2023 수능 영어에서 2등급은 18.67%, 3등급은 21.75%를 차지했다(표 1).

2022학년에는 2등급이 21.64%, 3등급이 25.16%였다. 즉, 1등급 비율은 늘었지만 2~3등급 비율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1~3등급 누적 비율이 2022학년 53.05%에서 2023학년 48.25%로 약 5% 감소했다. 2018학년 이래 3번째로 낮은 수치다.

윤희태 서울 영동일고 교사는 "1등급 비율이 늘었지만 작년에 비해 쉬운 시험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상위권 재수생 유입으로 1등급은 늘었지만 재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오락가락 모평·수능 난도, 문제없나? = 오락가락하는 난도로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이면서도 쉽지 않은 시험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최근 모의평가에서부터 난도가 널뛰어 수험생들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표 2). 2023학년 모평·수능의 1등급 비율을 보면 6월 모평은 5.74%, 9월 모평은 15.97%로 10% 넘게 차이가 났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절대평가이기에 난도 조절이 더 어렵다"며 "모평에서 학생들의 수준을 탐색하고 수능 난도를 조정하려다 보니 모평 난도가 널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8학년 절대평가 도입 후 1등급 비율 평균은 8.25%다. 이번 수능의 1등급 비율과 흡사하다. 2~3등급도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정승익 인천국제고 교사는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지만 1등급 비율을 7~8% 선으로 맞추어나가는 것 같다"며 "개별 문항의 오답률까지 예상해 출제하긴 어려워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유형 없고 출제 패턴 반복 = 통상 체감 난도가 높다면 새로운 유형의 문항이나 까다로운 지문이 출제됐을 가능성이 높다. 2023 수능 영어는 어땠을까?

출제 경향 전반에서 변화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이는 앞서 말한 난도 조절과 관련이 있다. 새 유형을 출제할 경우 학생들의 오답률이 크게 높아지고 다른 문항들의 난도를 전체적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등 고려할 요소가 상당해 기존의 유형이 반복돼 나온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문항 번호별 출제 유형도 거의 고정돼있다. 1~17번까지는 듣기, 20번대는 목적 주장 내용 일치 등이, 30번대는 빈칸추론 문장삽입 등이, 마지막으로 40번대는 장문독해 문제가 나온다(표 3). 이는 영어 절대평가 이후 가장 주목할 지점이다.

정 교사는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 전환 이후 똑같은 유형의 문제가 똑같은 번호를 부여받고 비슷한 난도로 출제되고 있다"며 "현재의 수능 영어는 예측 가능성이 높고 기출문제를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법 문항이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으로 학생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유형이지만 1등급을 결정하는 변별력 문항으로서의 영향력은 낮아지는 추세다.

출제 포인트들이 10개 내외로 적고 이미 지난 수능에서 여러 차례 다뤄왔다. 때문에 개념 정리와 기출문제 분석 강의를 활용해 준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감이나 요령으론 고득점 어려워 = 출제 유형은 반복되지만 고난도 문항을 중심으로 다소 변화가 있다. 대개 글의 순서를 정하는 문항이나 빈칸 문항에서 상위 등급이 갈린다. 최근 수능은 이런 문항에서 요령이나 감으로 정답을 찾기 어렵게 출제하는 경향이 확연하다. 변별을 위해 문제를 꼬아 내지는 않되, 정확한 독해를 요구하는 형태다. 주제문을 찾으라고 할 때 지문에 쓰인 단어 없이 같은 뜻으로 새롭게 구성한 문장을 정답 선지로 내는 식이다.

김 교사는 "이번에 현직 고교교사들이 출제 위원으로 다수 합류하면서 학생들의 눈높이를 많이 고려했다는 인상"이라며 "지문의 소재는 다양해졌으나 우리말로 번역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은 더 이상 출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출제 경향은 수능 영어 학습 방향을 잡는 데 참고할 만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1등급과 2, 3등급을 가르는 킬러·준킬러 문항의 풀이 핵심은 정확한 독해다. 다른 영역의 경우 변별을 목적으로, 학생들이 틀리도록 일부러 매우 까다로운 내용의 지문을 출제하거나 문제나 선지를 꼬아 초고난도 문항을 내기 일쑤다.

이런 문항은 공교육에서 해결하긴 어려워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영어는 절대평가라 변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고난도 문항이 '복잡한' 형태로 출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휘 문법 추론 등을 정석대로 학습하고 기출문제로 출제 유형에 적응하며 실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김 교사는 "수능 영어는 출제 유형이 예측되기에 대비가 비교적 수월하고 대입에서 영향력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반복되는 출제 유형을 꾸준히 접하며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쌓아가길 권한다"며 "주변에서도 학생들을 '지금 영어는 쉽다' '나중에 해도 된다'며 흔들지 말고 꾸준히 학습을 이어나가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기수·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