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손해사정서 무시' 관행 만연"

2023-02-02 11:40:42 게재

손해사정사 사정 의견 무력화

'공정한 보험금 산정' 국회세미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금융소비자연맹, 한국손해사정학회가 1일 공동 개최한 '보험금 산정, 공정하고 올바르게 내 보험료 안 아까운 믿음직한 손해평가' 세미나에서 손해사정 업무에 대한 독립성과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금융소비자연맹, 한국손해사정학회는 1일 손해사정제도 개선 관련 국회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사진 금융소비자연맹 제공


주제 발제 이후 이뤄진 참석자 질의·답변에서 한 손해사정사는 "(오늘 발제에서) 일부 손해사정사들이 손해사정서를 작성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해야 된다는 의견을 주셨다"면서 "물론 손해사정서를 제출하지 않고 손해사정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험사에 손해사정서를 제출해도 보험사가 그냥 제출하지 말고 처리하자고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감독규정 제9-21조(손해사정서 접수 및 처리절차 등)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손해사정사가 제출하는 손해사정서의 접수를 거절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 손해사정사는 "사실 보험회사는 '갑'이고 독립손해사정사는 엄청난 '을'"이라면서 "보험업감독규정이든 보험업법이든 손해사정사에 대한 의무만 정하고 있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에 대한 의무나 제재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에 대해서도 손해사정 절차에 대한 규정 제재 책임 등을 주고 나서 손해사정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든지 하는 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손해사정사도 "손해사정서의 법률상의 효능이라든가 손해사정서에 들어간 손해 의견이 보험금 산정에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반영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현재는 손해사정서가 제출돼도 보험사는 맨 뒷부분의 보험금 청구금액만 확인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손해사정사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를 만들기 전에 손해사정서의 효력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보험가입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려면 보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면서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도록 돼 있지만 현재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해사정사를 선임해서 손해사정서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했지만 보험사는 그걸 인정하지 않고 그냥 (자체적으로 산정한) 보험금을 줬다. 그래서 덜 받은 차액에 대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에서 졌고 소송비까지 들었다"면서 "이게 지금 현재 제도상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손해사정사 선임권이 있다는 것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이 어떤지도 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때 동의하고 어느 때 부동의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들이 명확하게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행 회장은 "상법에 소비자손해사정권을 두고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했으나 하위법은 보험업감독규정에는 보험사가 인정하는 것만 그렇게 하도록 상위법을 어기면서까지 바꿔놓았고, 모든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자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며 보험사가 시키는 대로 보험금을 깎고 줄이도록 해 불공정한 손해사정이 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선임한 독립손해사정사가 제출한 손해사정서는 인정하지도 않고 무시해버리거나 반려시켜버리는 횡포를 저지르고도 그것이 잘못이라는 인식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손해사정제도의 공정성 제고 방안'에 대해 발제한 마승렬 상명대 특임교수는 "손해사정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됐는데 손해사정업무 실무에서 보험업감독규정 등이 잘 지켜지지 않는 관행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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