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전 부장검사, 일부 혐의 벗나

2023-02-08 00:00:01 게재

'여행경비 대납' 기업인, 모해위증 1심 유죄

비리 검사로 지목돼 징역 7년형이 확정된 전 부장검사 김광준씨가 일부 혐의를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난달 17일 김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기업인이 1심 재판에서 모해위증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없는 사실을 지어내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증언한 경우 모해위증으로 처벌받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모해위증으로 기소된 당시 기업 임원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김씨의 2013년 재판에서 "여행경비를 대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채 판사는 "A씨는 법인카드 사적 사용을 숨기기 위해 김 전 부장검사 형사사건에서 위증을 했고, 유죄 판결에 실질적 영향을 줬다"며 "변명만 계속하고 책임을 회피하기에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특임검사가 수사 = 2012년 10월 국내 최대 사기극 주범인 조희팔과 현직 검사의 돈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대검찰청은 검사 13명을 투입한 대규모 특임팀을 꾸렸다. 검찰총장이 임명하는 특임검사는 검사 비위에 대한 수사를 하고, 검찰총장에게만 보고한다. 수사대상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장 이력까지 보유한 김씨다.

현직 검사였던 김씨는 조희팔 측근인 강 모씨와 기업인, 사건관계자들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일부 판단이 달라졌지만 징역 7년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A씨는 김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외여행을 간 뒤 법인카드로 경비를 대납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출소 후 A씨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유용한 뒤 이를 김씨에게 떠넘겼다고 보고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겼다.

A씨의 모해위증 재판에는 여행을 함께 간 또 다른 C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A씨가 여행경비 300만원을 대납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채 판사는 "김씨와 C씨 등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임팀 기소내용 뒤집혀 =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A씨를 기소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특임팀이 수사해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측 주장을 뒤늦게라도 받아들인 것은 과거 수사내용에 흠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A씨의 모해위증 혐의가 확정될 경우 김씨는 재심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짓 증언 등으로 유죄 판결이 나온 경우는 재심 신청 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A씨와 관련된 부분은 미미한데다가 검찰 내부 여론도 좋지 않다.

현직 검찰 간부는 "주요직에 있던 검사가 기업 등과 부적절한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수감중 자신에게 금품을 건넨 조희팔 측근의 법정 증언을 문제삼아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서울고법은 "재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배당될 예정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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