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고물가·고금리 … 5개월 만에 내수 5% 줄었다

2023-03-13 11:23:25 게재

생존 위해 '덜쓰고 덜먹고' … 조만간 내수대책 발표, "물가 자극하지 않는 범위"

지난해 4분기 이후 5개월 만에 우리 국민들이 소비를 5% 이상 줄였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내수마저 동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침체에 고물가·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경제주체들은 생존을 위해 '안 입고 안 먹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에 붐비는 대학교 학생 식당 |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이 1000원 아침밥을 구매해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1월 기준 103.9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09.4와 비교하면 5.03% 하락한 수치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로 대표적 내수지표다. 경상 판매액에서 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한 불변금액에서 다시 계절·명절·조업일수 등 변수를 빼낸 후 산출한다. 즉 계절적 요인과 물가 상승률을 모두 뺀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1월까지 지수의 하락은 가을 이후 국내 소비가 5%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류·신발 가장 많이 감소 = 소비상품을 내구재(승용차·가전제품·가구 등 1년 이상 사용 가능한 고가 상품)와 준내구재(의복·신발·가방 등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저가 상품), 비내구재(음식료·화장품 등 1년 미만 사용 상품)로 나눌 때 이 기간 소비 감소 폭이 가장 큰 품목은 준내구재였다.

준내구재 소매판매액 지수가 119.3에서 111.5로 6.5% 하락했다. 준내구재 중에서도 판매액 감소가 가장 큰 품목은 의복이다. 지난 가을을 거치면서 올해 1월까지 소매판매액 지수가 7.6% 급락했다. 고물가에 경제주체들이 웬만하면 옷을 안 사고 버텼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같은 기간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지수는 9.6% 급락했다. 입는 것보다 먹는 것에 대한 소비를 더 많이 줄인 것이다. 특히 1월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지수는 97.2로 100을 밑돌았다. 소매판매액 지수의 기준 시점이 202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식료품을 더 안 산다는 것이다.

◆소비대책 고심하는 정부 =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르면 이달 말쯤 내수 진작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외 요인에 따라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를 살려 경기 둔화가 더욱 심화하지 않게 정책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규모 내수 진작책은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광과 농수산·소상공인 등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우선 국제관광 재개 분위기에 맞춰 외국인의 한국 방문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1월 경상수지가 45억달러 적자를 기록하자 서비스수지 개선 방안으로 방한 관광 활성화, 국내여행 붐업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해제된 데다 항공편도 증편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월간 150만명을 넘나들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020∼2021년 10만명 아래로 줄었다. 지난해 4월부터 관광객 수가 서서히 늘고 있지만, 올해 1월에도 40만명대로 코로나19 이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19년 월간 50만명 안팎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올해 1월 2만5000명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국내여행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최근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려 국내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행이나 숙박 등 관광산업과 관련한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방안 확정못해" = 아울러 정부는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온누리 상품권을 특별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금을 활용해 온누리 상품권 발행량을 늘리거나 할인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농·축·수산물에 대한 소비 진작 차원에서 관련 분야에 대한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다. 다만 정부 대책은 제한적인 방식으로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7%대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지원금 지급 등 대규모 내수 진작책은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내수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소비쿠폰 발행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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