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러다간 '퍼주기 외교' 딱지 붙는다

2023-03-17 10:52:13 게재

16일 도쿄 한일정상회담은 민심의 비판과 우려대로 마무리됐다. 윤석열정부의 일방적 굴욕외교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정부의 전략적 외교적 완승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가해국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짊어지는 터무니없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도쿄행 하늘 길을 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정상회담에선 윤 정부가 입버릇처럼 되뇌던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은 전혀 없었다.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사과나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가 거론조차 안됐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하게 된다"며 의기양양해 했고, 윤 대통령은 "(가해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술 더 떴다. 민법상 구상권의 시효는 10년이다. 임기가 4년여 남은 윤 대통령이 무슨 근거로 장담하는지 의아하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며 "윈윈 할 수 있는 국익"을 강조했다. 과연 양국의 미래가 그리 흘러갈까.

윤 대통령의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는 한일관계의 역풍이 되레 거세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일본 국가안보전략 문서의 "독도는 일본 영토"란 도발적 내용엔 언급을 피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은 물론 "다케시마는 우리 땅" 주장을 언제든 들고 나올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식민지배는 합법'이라 우기는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완승을 거뒀으니 말이다. 위안부와 강제동원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의 태도에서 어떤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찾을 수 있나.

더구나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를 거듭 인정해준 건 군국주의 부활을 노리는 전범국에게 유사시 한반도 군사 진출의 길을 열어준 심각한 자해 행위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도 별 이득이 없다. IMF는 2019년부터 3년간 이로 인해 한국이 입은 피해를 20조원으로 분석했다. 연간으로 7조원 가량이다. 이 시기 한국의 연간 명목 GDP는 1924조5000억~2071조7000억원이다. 오히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일본의 도발 덕에 체질이 더 건강해졌다.

좀 더 넓은 시야로 보면, '아날로그 시대' 체질을 벗지 못한 일본이 중국보다 더 큰 경제적 우물이 될 수 있을까.

두 정상은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한일간 협력을 내세우며 대북제재·압박 공조를 강조했다. 허나, 한반도의 당사자인 한국의 지정학적 국익은 '대결 지향'이 아닌 '평화 지향'이란 점이 완전히 간과되고 있다.

윤 정부의 대일외교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별 이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익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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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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