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동반부진에 경기둔화 판단

2023-03-17 11:38:18 게재

기재부 3월 그린북

정부가 두 달 연속 한국경제를 둔화국면으로 판단한 이유는 내수와 수출 동반부진 때문이다. 여기에 긴축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17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제조업 기업 심리 위축 등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한국경제를 둔화 국면으로 판단한 데 이어 두 달째 같은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수출 5개월 연속 감소세 = 지난달 정부의 '경기 둔화' 판단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첫 언급이었다.

지난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5% 줄어 5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은 3.5% 증가하며 무역수지는 52억7000만달러 적자였다.

정부는 2월 무역적자가 1월(125억달러)보다 감소한 것을 고려할 때 지난달 경상수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내수 회복세도 부진 = 우리 경제의 주동력인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1% 줄어 석 달째 감소하고 서비스업 생산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다만 지난달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8.1% 늘고 백화점 매출액은 5.2% 증가한 점 등이 소매 판매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도 8.1% 늘었다. 특히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224.5%(속보치) 급증했다.

정부는 중국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과 같은 하방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악재가 겹치며 금융시장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물가·민생안정 기반을 굳건히 하고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KDI는 '경기부진' 판단 =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정부 전망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정부는 '경기둔화'란 표현을 썼지만 KDI는 '경기 부진'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8일 KDI는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전망에서 '부진'이란 표현은 경기 회복세가 약해졌다는 의미의 '둔화'보다 상황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지난 2월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간 셈이다.

KDI는 경기 부진 원인으로 제조업과 소비 위축을 꼽았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0%로 상승했다.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쳤던 1998년 7월(124.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회복 쉽지 않아" = 향후 소비 회복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 회복이 상당 폭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주요국보다 가계부채가 많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5%로 미국(101.2%)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주요국보다 집값이 더 많이 떨어진 점도 소비 제약 요인이다. 국내 주택가격은 2020년 1월 100을 기준으로 할 때 2021년 10월 134.0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월 112.7로 15.9% 하락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6월 145.2까지 올랐다가 그해 12월 4.5%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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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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