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그네 안전기준' 감감무소식
2023-05-02 10:34:01 게재
조수미 기증 그네 6년째 창고 방치
산업부·행안부 2년 넘도록 '논의 중'
그런데 이 새로운 놀이기구는 설치한지 불과 6개월만인 2017년 3월 철거됐다. 휠체어그네가 놀이기구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어린이놀이터 안전점검 기관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세종시교육청이 곧바로 철거했다. 세종시교육청은 관련 안전인증 기준이 만들어지면 다시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전인증 기준은 6년째 제자리걸음이고, 결국 이 휠체어그네는 6년동안 세종누리학교 창고에 방치돼 있다.
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제2조는 '어린이 놀이기구'를 '산업통상자원부의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상 안전인증대상 어린이제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 놀이시설은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 제17조에 따라 안전인증을 받고,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장소에 행안부 고시인 '어린이놀이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한 뒤 설치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휠체어그네는 이런 기준에서 빠져있어 놀이기구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안전인증 기준이 없다고 해서 휠체어그네를 아예 설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종누리학교와 같은 이유로 철거됐던 다른 지역 휠체어그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설치됐다.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어서 오히려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알려진 탓이다.
다만 이렇게 설치한 휠체어그네는 설치검사도 안전검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놀이기구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특히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세종시교육청이 세종누리학교에 휠체어그네를 재설치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행안부가 관련 규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를 우려해 그네 주변에 안전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권고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문제는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2021년 1월 장애아동용 놀이기구 안전기준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안부는 산업부 기준이 마련되면 곧바로 행안부 장관이 고시하는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휠체어그네가 다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정부의 관련 절차도 하세월이다. 2년 넘게 논의만 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장애아동용 놀이이구 안전기준이 산업부 규제개혁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안다"며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관련 고시를 마련해 설치를 돕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세종누리학교 휠체어그네는 6년째 창고에 방치돼 있다.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지자체나 학교 등은 휠체어그네 설치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실제 대전시교육청은 조만간 개원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휠체어그네 설치를 검토했다가 잠정 보류했다.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설치했다가 사고라도 생기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평생 그네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며 "휠체어그네를 만들어놓고도 설치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휠체어그네 제작업체 보이스코리아 대표 김종규씨는 "지자체나 학교 등이 무장애통합 놀이기구 제작을 의뢰했다가도 관련 규정이 없다는 얘길 들으면 결정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며 "정부가 서둘러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장애아동들의 놀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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