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수사 '금감원 특별사법경찰만 인지수사권' 없어
자본시장 최일선에서 신속한 초기대응 한계
SG발 사태 관련 제보도 금융위 특사경으로
"자본시장 조사·수사체계 전반적으로 손봐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를 수사하는 검찰이나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은 인지수사권이 있는 반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인지수사권이 없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데 권한에 차이가 있는 것은 문제다."
불공정거래 수사를 담당했던 전직 금융당국 인사는 최근 SG사태발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검찰·금융위·금감원이 사실상 합동수사를 벌이는 등 동일 기능을 수행하지만 금감원 특사경에만 인지수사권이 없는 현재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지수사권은 범죄혐의나 단서를 자체적으로 포착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1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SG사태와 관련해 금융위는 지난달 11일 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제보를 받았지만 폭락사태가 벌어진 24일까지 금감원 특사경과의 공조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두 기관을 놓고 보면 완전히 별개의 조직이어서 반드시 공조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불공정거래 수사기관을 이렇게 이원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다.
금융위 특사경과 금감원 특사경은 각각 7명 15명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인력과 경험·전문성을 놓고 보면 차이가 있다. 금감원은 증권감독원 시절부터 자본시장 조사 업무의 최일선을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국내 어느 기관보다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SG사태 관련 제보는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 특사경으로 갔다. 현재 금융위·금감원 특사경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통보하거나, 증선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트랙) 사건 중 검사의 지휘를 거쳐 특사경에 배정된 사건을 우선적으로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전적으로 이 같은 수사범위 제한에 영향을 받지만 금융위 특사경은 인지수사권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범죄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인지수사권이 없는 금감원 특사경으로서는 신속한 초기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범죄의 수사·조사 권한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의견을 달리해서 권한의 차이를 두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금감원 특사경에도 인지수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수사 관련 주체와 절차가 너무 복잡하게 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체계 전체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SG사태 역시 금융위·금감원 특사경이 지원하는 형태로 소위 '삼각편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된 증권범죄합수단이 부활한 것은 검찰이 SG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검찰도 자본시장 수사와 관련된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검사들은 금융범죄수사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을 선호하고 있지만 수사관들은 관련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검사들은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지만 수사관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자본시장 수사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보상시스템이 없어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위 특사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위 내에서 자본시장 조사·수사부서는 선호하는 영역이 아니다. 성 교수는 "해외 주요국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담당자들은 상당기간 한 곳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상당히 높다"며 "순환보직제도가 부패를 막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부패방지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해결하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SG사태와 관련해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제도 개선,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제재 강화, 이상거래 포착 시장 감시시스템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제2의 SG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조사·수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