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사 '보이스피싱 예방활동' 비교해 공표 추진

2023-07-25 10:57:49 게재

사업자별 적극적 차단 노력 유도

스팸·피싱 메시지 발송건수 등 공개

피해건수 공개는 빠져 '반쪽' 지적도

KT와 SKT, LGU+ 등 통신사업자와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예방활동을 비교해 공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의 대대적인 보이스피싱 방지 노력에도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 사업자들의 적극적 예방활동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스팸·피싱메시지 발송 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통신사업자들이 공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별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비교 지표에서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민생사기 근절'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민생사기 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사기방지 및 예방을 위한 통신·금융분야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고철수 위원은 "보이스피싱 예방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AI(인공지능) 등 급변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민간 주체의 자발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이스피싱 관련 통신과 금융사 등 민간주체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예방활동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통신부문 예시로 제시한 지표(계량수치)는 △스팸 및 피싱 메시지 발송건수(사업자별) △스팸 및 피싱 메시지 수신건수(전체 통계) △스팸메시지 차단비율(전체 통계) △대포폰 검거 건수(사업자별) △불법 번호 변작 신고 건수(사업자별 - 검토필요) 등이다.

◆"통신·금융·수사 등 각 부문 활동성과 공표" = 고 위원은 "보이스 피싱 범죄예방과 피해 최소화 및 범인 검거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독려하고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통신·금융· 수사 등 각 부문의 활동성과를 종합해 공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금융당국 내에서는 통신사업자들이 보이스피싱 대응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컸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전화사기를 시도하면서도 마치 국내에서 걸려온 전화인 것처럼 발신번호를 속이는 변작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통신사업자들이 국제전화 여부를 수신자에게 미리 알리면 보이스피싱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방안은 통신사업자의 보이스피싱 예방활동 강화에 초점을 둔 것이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별 대포통장 발급현황을 조사했고, 국회를 통해 관련 내용이 공개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근절 노력으로 대포통장 발급이 크게 줄어든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서 보다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를 통신사업자별로 공개하자'는 제안이 국민통합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됐지만 최종 방안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를 사업자별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에 신고 된 내용을 토대로 하는 만큼 객관적인 자료 산출이 가능한데도 이번 방안에서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기반, 보이스피싱 사전차단 시스템 도입" = 이번 국민통합위원회의 보이스피싱 대책은 그동안 국민 개개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에 속지 말라고 홍보를 강화해온 차원에서 벗어나 보이스피싱 사전 차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 위원은 "AI에 기반한 블랙리스트 차단 시스템을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차단 시스템은 '스팸전화와 문자메시지 차단'을 위한 것이다. 스팸전화 차단은 개인 휴대폰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와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발신번호가 검증된 전화번호를 화이트리스트(수신 허용 대상자)로 간주해 연결하고, 그 외의 번호는 ARS와 AI를 탑재한 콜봇을 통해 확인후 연결하는 방식이다. 고 위원은 "전화연결시 발신자 확인 절차를 추가해 신고된 발신번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며 "별도 어플없이 간편가입을 통해 취약계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 차단 시스템은 신고된 데이터의 법인명과 발신번호, 메시지 내용, 메시지에 포함된 URL 등을 AI가 분석해 스미싱 메시지로 확인된 경우 통신사와 메시지 중계사로 실시간 내용을 전파해 관련 메시지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고 위원은 "기업의 자율적 판단이 아닌 실시간 블랙리스트를 활용한 스미싱 메시지 발송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스마트폰에 악성앱 설치를 유도해 스마트폰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메시지 링크화면 미리보기 기능 추가'를 제안했다. 문자메시지 등에 포함된 홈페이지 접속시 '미리보기 화면'을 제공해 스마트폰 이용자가 접속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리보기 화면은 접속할 내용을 보여주기만 할뿐 화면 및 메뉴 클릭시 작동하지 않는 '더미 페이지'를 말한다.

이밖에도 메신저를 이용한 피해가 급증하는 만큼 보이스피싱 예방조치 등의 의무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네이버 카카오 구글 넷플릭스 등)로 의무대상을 확대하고, 통장개설시 금융회사가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해 관련서류를 제출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법률에 규정)를 마련하는 내용 등이 제안됐다.

이날 오전 토론회(세션1) 좌장을 맡은 조성목 국민통합위원회 '민생사기 근절 특별위원회' 위원은 "보이스피싱 방지 앱 설치 등 예방 노력을 했지만 부득이하게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에 한해 지원해줄 수 있는 피해자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며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을 만드는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