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시행 코앞 '보안 우려' 여전

2023-08-24 11:12:46 게재

분쟁 대비 "해상도 낮춰달라" 병원도 … 의협 '반대 헌법소원' 청구인 모집중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의무 설치 시행 한 달을 앞두고 해당 병·의원은 장비 설치와 의료분쟁 증가 우려에 어수선한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시행에 반대하는 헌법소원을 예고하고 있어 혼란은 더해지고 있다.

24일 의료계와 보안업체에 따르면 의료법 개정에 따라 다음 달 25일부터 시행될 수술실 내 CCTV 설치의무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은 막바지 장비 설치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영상보안에 대한 걱정과 의료분쟁이 느는 게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CCTV 설치 보안업체 한 관계자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CCTV 설치를 꺼려하던 병원들이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빨리 설치해 달라고 독촉하고 있다"며 "7월 말부터 문의가 많아져 하루 2~3곳 연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중 CCTV는 풀HD급이 이상이 대부분인데도 법기준에 맞게 HD급으로 낮춰달라 요구하는 곳이 많다"면서 "나중에 있을 수 있는 분쟁 때문에 고해상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CCTV를 설치해야 하지만 법 규정에 있는 정도로 맞춰서 하는 곳이 꽤 있다"면서 "(수술) 영상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쁜 의도를 갖는다면 사실상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다른 보안업체 관계자는 "법에는 CCTV를 외부와 연결하지 말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자가 영상을 반출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CCTV 의무화 다음 달 시행 = 개정 의료법은 환자 안전과 부정의료 행위 등 예방을 위해 수술실 내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2년 유예 기간을 두는 것으로 해서 2021년 9월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내용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전신마취, 수면마취 등)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병·의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법은 영상 유출 등을 우려해 관련 설비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시행규칙에는 고해상도(HD)급 이상의 성능 보유, 저장장치와 네트워크의 분리, 영상정보의 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했다. 또 30일 보관을 의무화하고 촬영된 영상은 일부 수사나 재판 업무 외에는 환자와 의료진 등 촬영된 사람 전원의 동의에만 열람, 제공이 가능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 개정 이전에 설치 기준을 충족한 곳을 제외하면 CCTV 설치 의무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2091개곳(2022년 12월)에 이른다. 이 중 수술실 1~2개 병·의원이 1523곳, 수술실 3~4개는 439곳 수술실 5~10개는 119곳이다. CCTV 설치 비용 지원으로는 38억원이 배정됐다.

◆의사협회 헌법소원 예고=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 의료법에 따른 CCTV는 폐쇄형으로 인터넷을 통해 어느 곳에서나 수집, 저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안업체 관계자는 "동영상이 생성되면 자동으로 패스워드가 걸려 권한이 없는 사람이 파일을 클릭하면 재생이 안 되도록 하는 보안조치도 있다"면서도 "만약 병원 담당이나 실무자가 딴마음을 먹고 유출한다면 사실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법시행을 반대하는 의사협회 움직임도 불안 요소다. 의사협회는 지난달 21일 입장을 내고 "CCTV 의무화는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이로 인해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되고, 의사-환자간 신뢰관계가 훼손되어 방어 진료를 조장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이연 의사협회 대변인은 "CCTV 의무화는 개인정보 안정성 부분에서 감당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면서 "소비자가 (수술 후) 마음에 안 든다고 영상을 보자고 하는 등 분쟁의 요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변인은 "청구인을 모집하는 중으로 곧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안 책임 사회 전체 몫?= 이런 와중에 보안 전문가들은 수술 영상이 유출될 경우 환자는 의료기관 관리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사회적 손실과 환자의 피해를 사전에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혹시 모를 자료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 권리 관리) 등 보안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접속기록의 보관, 접근 통제 및 접근 권한의 제한 조치 등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두원 동국대 경찰행정학부(정보보호) 교수는 "CCTV는 내부적으로만 사용하도록 구축한 것으로 그것만 사용하면 안전할 것"이라면서도 "파일을 암호화해서 저장해 놓는 DRM이 완벽하다 하더라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결국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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