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몰아주기'에 택시기사들 소송(소송인단 모집) 나서

2023-09-21 11:11:15 게재

공정위 "승객·택시기사에 지배력 강화 우려"

가맹-비가맹기사 수입 2배 이상 차이나기도

가맹택시를 우대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들의 집단소송도 치르게 됐다.

'카카오T 콜 몰아주기 피해 집단소송인단'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소송인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자발적 집단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소송단은 "카카오모빌리티 알고리즘 조작 결과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 수입이 1.04배에서 2.21배 차이가 났다"며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최소 100명 많게는 1000명의 원고를 모집해 연내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들은 전혀 보상받지 못했다"면서 "공정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소송을 통해 문제가 된 알고리즘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하는 등 의결서를 공개했다. 이는 당초 잠정치 과징금인 257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공정위는 올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 어플리케이션(앱)에 중형택시 배치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택시(카카오T블루)를 우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 배차 알고리즘이 가맹택시에 유리하지 않도록 개선하라"는 등의 시정명령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00%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과 지분을 투자한 디지티모빌리티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티모빌리티는 대구·경북에서, 케이엠솔루션은 나머지 지역에서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일반 앱호출 중개건수 점유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94% 이상 차지하고 있다. 앱 호출을 통한 택시 배차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카카오 택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카카오택시는 승객이 휴대폰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가입 택시기사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후 가맹택시를 모집했다. 돈을 낸 택시기사에게 배차 등 각종 혜택을 더 주고 회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는 일반 앱호출과 관련해 같은 약관계약을 체결했고, 가맹기사와의 가맹계약에도 별다른 특약이 없었다. 약관상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간 일반 앱호출에는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질적인 앱 운영은 큰 차이가 있었다.

독점적 사업자인데 가맹기사에게 일반 호출을 우선 배차했고,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배차는 비가맹기사들 몫이었다. 결국 가맹기사의 수입이 비가맹기사보다 높아졌다.

운행 택시기사들이 퇴근을 돕는 '차고지 배차' 서비스 역시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를 차별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퇴근 시간대에 차고지 주변을 목적으로 한 호출이 접수되면 가맹기사에게 배치됐지만 비가맹기사에는 서비스되지 않았다. 비가맹기사의 경우 '선호 목적지 배차 기능'을 이용해야 했다.

공정위는 "수익성 낮은 배차를 가맹기사에게 제외하는 단거리 호출의 배차기준과 가맹기사를 우선배치하는 방식의 거래조건은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간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들은 이러한 조치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다는 것도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심지어 계열사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줄줄이 증거가 나왔다. 내부 직원들 대화방에서는 '가맹기사에게 우선 배차하는거 알려지면 공정위에 걸린대요'라는 대화 등이 확인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가 공개한 의결서에서 '기업비밀' 등에 해당한다면 이들 대화 등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공정위는 "가맹기사에게 유리한 배차행위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수를 증가시키고, 가맹택시는 일반 앱호출 및 가맹호출만을 수행해 서비스에 고착화(종속)되는 택시가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들이 여러 앱호출을 사용하더라도 카카오T앱을 제외하고 삭제하는 행위 등은 종속 사업자를 늘리려는 의도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앱호출 시장에서 독점력이 강화될 경우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 높아지는 게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승객과 택시기사에게 지배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고, 중개수수료를 인상 또는 신설하려 시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법원에 공정위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과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이중 집행정지 신청은 서울고법이 인용한 바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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