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금융상품 중개' 등록 신청 … '금산분리 이슈' 재점화

2023-09-22 11:32:47 게재

중고차 시장 진출하면서 금융상품 중개 필요

"긍정적 효과와 문제점 균형있게 논의해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금융상품 판매 중개업을 위한 등록을 진행하면서 금융당국과 금융권, 학계에서는 전통적인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빅테크와 핀테크 등 ICT(정보통신) 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에 일부 예외를 두기는 했지만 현대차·기아의 이번 신청이 향후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2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기차)는 올해 초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이달 금감원에 등록을 신청했다.


현기차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를 위해 '인증중고차 플랫폼'을 개발, 온라인에서만 중고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해당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할부금융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차 금융상품 중개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고객이 구매희망 중고차를 선택하면 직접 결제 또는 오토할부 중 선택해 결제가 가능하고 오토할부시 온라인 중고차 금융중개서비스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신한카드, 기아는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상품을 중개할 예정이다. 현기차가 금융상품을 중개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온라인 대출성 상품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이 필요하다.

당장은 금융 관련업에 진입한 것으로, 금융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은 아니지만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는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이다.


22일 오전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전통 산업자본의 금융 관련업 진출 이슈' 세미나에서 이영경 금융연구원 전문위원은 "비금융회사가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등록 또는 비인가 금융 관련 업무를 취급하면서 금융업 본업에 관여해 법규를 우회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그동안 강하게 지켜졌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등 ICT기업의 금융권 진출로 인해 경계가 다소 허물어졌다. 금산분리 규제는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주식 4% 초과 보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다른 업권에서도 금융회사의 인허가 요건과 업무범위 규제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를 둔 이유는 상호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고, 경제력 집중과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위원도 비금융기업이 직접 금융관련업을 영위할 경우 고려할 이슈에 대해 "동일한 회사 내에 제조업 부문과 금융업 부문이 혼재될 경우, 각각의 사업위험을 분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당한 방식으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에 자금이나 자산 등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워질 가능성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비금융회사의 금융업 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산업 고유 영역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기차 사례를 넘어 더 넓은 관점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업 영위에 따른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파생 가능한 3가지 쟁점으로 △제조업(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입 △비금융기업의 금융업 직접 영위 △금융사와 중개업자 간 규모 역전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입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발생 가능한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균형 있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만큼, 기대효과 및 리스크에 대한 식별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리스크 요인에만 집중할 경우 금융시장 혁신 및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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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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