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첫겨울 나눌래옷' 결산 보고회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 담긴 외투 받게 돼 감동"

2023-12-08 11:13:18 게재

기관·단체·시민 기부 1만528벌 외국인 이웃에 전달 … 옷장 속 잠자는 외투로 '한국인의 정' 나눠

아직은 입을만 하지만 크기가 작아지거나 싫증나 옷장 속에 두고 몇 년째 꺼내보지 않았던 겨울 외투를 외국인 이웃들과 나누는 '제6회 첫겨울 나눌래옷' 행사의 결산 보고회가 7일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렸다.

올해는 1만528벌의 외투가 기부돼 74개국 3674명의 외국인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누적으로 종합하면 지난 6년간 총 4만8000여벌의 외투가, 87개국에서 온 1만8000여명의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내일신문 주최, (사)밥일꿈·노사발전재단 공동 주관, 신한금융그룹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이원석 검찰총장, 정상혁 신한금융그룹 신한은행장, 이옥경 (사)밥일꿈 이사장,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외국인 이웃과의 따뜻한 동행│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6회 첫겨울 나눌래옷' 행사에서 기부기관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조희형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본부장, 정재필 래미안 미드카운티 입주자대표회의 대표, 곽은아 강화주식회사 대표,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이사, 이원석 검찰총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옥경 밥일꿈 이사장, 박인환 우정사업본부 경영기획실장, 이재호 한국전력 노사협력처장, 신동현 근로복지공단 ESG경영국장. 사진 이의종


나눌래옷 운영본부 관계자는 "6년째인 올해도 목표했던 기부외투 1만벌을 무난히 달성했다"면서 "여러 기관과 시민들이 기부해주신 외투 덕분에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내는 외국인 이웃들과 정을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아주신 시민들의 정성, 따뜻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근로복지공단, 한국전력공사, 우정사업본부, 노사발전재단, 래미안 미드카운티 입주자대표회의, 강화(주) 등 기부기관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에게는 사계절의 변화가 익숙하지만,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오신 외국인 이웃들에게는 낯선 타국에서 처음 맞는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질 것 같다"면서 "이분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고 한국인의 온정도 보여줄 수 있는 '첫겨울 나눌래옷'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도 보살핌이 필요한 외국인 약자와 동행하면서 전 세계인이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쇼핑몰 형식 도입해 전국으로 확산 = 외투나눔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7월부터 기부를 받기 시작한 나눌래옷 운영본부는 세탁과 수선과정을 통해 새 옷처럼 변신한 외투의 사진과 정보를 사이트에 공개했다. 외투가 필요한 외국인 이웃은 지난 11월 7일부터 외투나눔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적당한 옷 두벌을 선택해 소포로 배송 받았다.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되는 소포 상자에는 외투뿐만 아니라 오뚜기(라면·즉석밥) LG생활건강(바디케어세트) 바늘이야기(손뜨개 목도리) 롯데제과(과자) 아이소이(화장품) 등의 기업이 기부한 선물이 동봉됐다.

박인환 우정사업본부 경영기획실장은 "우정사업본부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체국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외국인 이웃과 함께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월급 대부분 송금, 외투 구입 부담 = 이번 행사는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밥일꿈과 노사발전재단이 공동주관했다.

행사는 일상생활에서 외국인 이웃과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있지만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2018년 처음 기획됐다.

당시 고심 끝에 참여기관들은 겨울외투에 주목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220만명을 넘었다. 이중 취업 비자를 받은 노동자의 경우 최근 출신지나 근무 직종이 다양해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다. 이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제조업 건설 농수축산업 등의 직군에 많이 종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언어와 문화 차이만큼이나 한국의 추운 겨울이 힘들다. 특히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에게는 고향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추운 겨울이지만 월급 대부분을 본국에 송금하거나 저축하는 만큼 난방이나 외투 구입이 부담스럽다.

이에 시민들의 옷장 속 잠자는 외투를 떠올린 것이다.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이어지고, 외국인 이웃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시민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품질에 문제없지만 체격이 달라져 입지 못하거나 취향이 바뀌어 안 입게 된 옷을 기증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올해 처음 기부에 참여한 근로복지공단 박종길 이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나라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산업 현장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분들께 우리나라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외국인 노동자의 일터에 안심과 생활에 안정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외국인 이웃 중에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다"면서 "엄연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한국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내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많이 들어오고 근무하시는 영역도 확대되는 만큼, 상담이나 교육 등 체류 지원도 다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기부 = 외투나눔은 2018년 경희궁 앞마당에서 서울지역 학생과 시민들이 기부한 외투 3500여벌을 외국인 노동자 1500여명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2회 행사에는 공공기관,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해 7800벌의 외투를 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 2000여명에게 전달했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터넷 쇼핑몰 개념을 도입, 비대면으로 진행한 2020년 3회 행사에는 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학교 그리고 시민들이 기부한 9206벌의 외투를 소포로 3441명의 외국인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4회 행사에서는 1만2039벌의 외투가 기부됐고, 지난해 5회 행사에서는 1만1562벌의 외투가 3652명의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했다.

외투나눔 행사는 기부 받은 외투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대상도 처음 외국인 노동자에서 유학생,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 이웃 모두로 확대됐다. 특히 비대면 방식을 도입한 3회 행사는 서울·수도권 중심이었던 참가자들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세잔 모하마드 아브랄 샤킬(방글라데시, 교수) △라나 엘메트왈리(이집트, 연구원) △분폭 위티콘(태국, 중소기업 노동자) △전현희(한국 귀화, 동대문가족센터, 자녀 전지현 동반) △서이리나(우즈베키스탄, 광주 고려인마을 한국어학교 교사) 등 외국인 이웃 대표들에게 목도리와 방한용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세잔 모하마드 아브랄 샤킬씨는 "IT 강국다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내년에도 첫 겨울 나눌래옷 행사에 어떤 형식이로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이리나씨는 "우리 고려인마을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러시아 등지에서 온 동포들이 살고 있다"면서 "의사소통 등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고려인들로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땅에 와서 이렇게 따뜻한 관심을 받게돼 감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 돌아가서 고려인들에게 이 외투가 시민들의 기쁜 마음, 따듯한 관심이 담긴 옷이라는 것을 꼭 알리겠다"면서 "주신 선물을 감사히 받고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도 참여 = 올해 가장 많은 외투를 기부한 기관은 검찰청이다.

이 외에도 단체 기부 중 몇몇 사례는 결산 보고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세계3대 테너로 꼽히는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나눌래옷 행사 참가사실이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도밍고가 자신의 외투를 기부했다. 이날 공연 관객들도 기부에 동참했다. 도밍고와 관객이 기부한 외투는 세탁·분류·포장 작업을 거쳐 고려인 마을과 한국에 거주중인 고려인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공연 주최사 강화(주)의 곽은아 대표는 "공연 수익금의 기부를 통해 국내외 소외 아동 후원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도밍고와 관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외투 기부 행사 또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도밍고측과 함께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사이버대는 지난 10월 14일 이 대학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2023 SCU한마음대축제'의 일환으로 기부에 참여했다. 김선화 서울사이버대 총학생회장(노인복지전공)은 "나눔의 일환으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기회라 생각하고 이번 기부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앞장서는 총학생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래미안 미드카운티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외투를 기부했다.

1회 행사부터 후원한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은 "올해로 여섯 해째를 맞고 있는 외투나눔 행사는 외국인 이웃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차이의 존중을 통해 다문화사회 가치를 널리 공유하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며, "신한금융은 앞으로도 내일신문, 고용노동부와 함께 우리 주변의 어려움을 항상 살피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여기관
△검찰청 △근로복지공단 △우정사업본부 △서울특별시 △김창숙부띠끄 △한국전력공사 △소방청 △디에이치자이개포 △래미안미드카운티 △서울사이버대학교 △농협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강화주식회사 △경기도청 △인천시청 △경찰청 △한국무역투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행정안전부 △주성엔지니어링 △한국폴리텍대학 △충남도청 △한샘 △도시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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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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