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 내일신문 공동기획 - 에너지 브런치 강좌

"일상변화 견인하는 기후시민 양성"

2023-12-22 11:15:05 게재

10개 아파트단지 찾아가 탄소중립 교육, 생활 속 구체적 실천 방안 공유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달리 가정마다 전력공급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친환경 의식이 높은 가정은 조금 더 비싼 전기요금을 감수하더라도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천연자원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전력회사를 선택한다. 지구를 살리겠다는 의식이 깨어있는 가정일수록 생활 속 작은 실천에 적극 나선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내일신문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생활 속 탄소중립 방안을 찾기 위한 '에너지 브런치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9월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엘리니티 아파트에서 시작해 12월 양천구 목동힐스테이트 아파트까지 10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한 아파트 단지마다 30여명의 주민들에게 본인들의 전기료와 난방비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전기와 가스 요금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교육했다.
1일 4시간 진행된 교육은 여는 강의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으로 시작해 1강 '열역학으로 보는 난방비의 이해', 2강 '우리 집 전기요금 절감하고 돈 버는 방법'을 다뤘다.
교육받은 한명의 시민이 자기 가정뿐만 아니라 이웃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파급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로마의 백인대장처럼 백명을 이끄는 한명의 리더를 키워내자는 게 '탄소중립 백인대장 프로젝트'다.
10개 아파트 단지의 교육 수료생들은 2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 다시 모일 예정이다. 각각 제출한 목표를 모두 더한 교육생 전체의 탄소배출 절감량을 공유하고 실천 결의를 다지는 '에너지 크리스마스'를 위해서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예술인들의 공연도 열린다. 이들은 내년 1년간 절감한 전기와 가스비만큼 후원기관으로부터 기부금을 매칭받아 소외계층 대상 에너지바우처를 내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부할 계획이다.

9월 5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엘리니티아파트에서 열린 에너지브런치 강좌모습. 사진 이의종


기후 온난화로 인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71~2100년 한반도는 국토 3분의 2 이상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우리 먹거리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사과를 재배하려면 연평균 기온은 8~11℃이고, 7℃ 정도에서 1년에 1200~1500시간 유지해줘야 한다. 과거에는 대구·경북지역 사과가 국내에서 제일 맛있는 사과로 통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재배지역이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어 2070년 무렵에는 강원도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한국산 사과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명태는 최근 한반도 부근에서 어획량이 급감했다. 지구는 온난화 단계를 지나 '끓어오르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그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원인은 온실 가스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온실가스란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방출해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대기 속 가스를 말하며 90% 이상이 이산화탄소가 원인이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 상태를 탄소중립이라 한다. 우리나라 총 온실 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분야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 정책이 특히 중요하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필요

지난 7일 서울 중랑구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아파트에서 열린 에너지 브런치강좌 현장을 찾았다.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자리다. 9월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엘리니티 아파트에서 시작해 모두 10개 아파트 단지에서 각각 30여명, 총 300여명의 주민들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교육 첫 순서로 여는 강의를 맡은 이재호 내일신문 기자는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며 석탄·액화천연가스(LNG)·태양광에 비해 생산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적이다"며 "원자력발전소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동시에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 수력 풍력으로 뒷받침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원자력은 안전에 최우선을 기해야하며,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어 "태양광 풍력 등은 자연에서 얻는 무공해에너지이지만 기후영향이 크고, 많은 부지를 필요로 한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특정 에너지에 편중하지 않고 균형된 에너지믹스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친 전기 요금, 계속 인상 불가피

첫번째 본 강의로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공동대표가 '열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에너지를 아껴 쓰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겨울철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아파트 벽으로 흡수돼 밀폐가 잘 된 창문이라면 열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 아파트는 사방에서 난방열에 둘러싸여 있어 단독주택과 달리 난방비가 적게 나오는 장점이 있는 구조다.

김 대표는 "40년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는 303%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46% 상승했다"며 "가정용 전기요금은 아직 원가보다 싸기 때문에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LNG 가격이 폭등하는 등 에너지요금 인상요인이 지속되고 있다. 전기요금은 2022년 3차례, 2023년 2차례 인상됐으며 내년에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요금 인상을 앞두고 가정용 난방비를 아끼는 방법에 주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겨울철 실내온도는 19~20℃ 정도로 설정하고 계속 같은 온도로 틀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기를 밖으로 뺏기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에 단열 에어캡이나 단열필름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활 속 팁들이 다뤄졌다.

절약한 만큼 돌려받는 인센티브

생활 속 방치된 전력을 아낄 수 있는 방법 또한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하다. 에어컨은 여름이 지나고 나면 차단기를 내리고, 밥솥의 보온기능은 오래 쓰지 않는 것이 낫다.

냉장실은 여유있게, 냉동실은 가득 채워쓰는 것이 효율적으로 냉장고를 쓰는 방법이다. 셋탑박스는 전기료를 많이 소비하므로 쓰지 않을 때는 TV와 함께 꺼두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 절약한 에너지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다양하다. 한국전력은 에너지캐시백으로 전년 같은 달의 에너지사용량을 비교해 절약한 금액을 일부 환급받을 수 있게 했다. 에코마일리지는 서울시가 시행하는 탄소중립 인센티브로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을 절약한 정도에 따라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승용차 에코마일리지도 같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전자영수증 발급, 텀블러 이용, 일회용 컵 반환, 친환경제품 구매 등 친환경 활동 이용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탄소중립포인트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다양한 에너지신사업 사업모델을 발굴해 지원하는 에너지자립 선도사업을 벌이고 있다.

두번째 강의를 맡은 전희연 에너넷 대표는 "많은 인센티브들 가운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큰 것으로 에너지쉼표를 들 수 있다"며 "스마트 전력계량기인 AMI계량기를 설치한 가정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쉼표는 전력수요가 유난히 많은 날 전력거래소 요청에 따라 전력수요를 감축해 절약한 만큼 금전이나 마일리지로 보상하는 제도다. 전기소비 줄인 것을 실시간 확인해야 하므로 15분~1시간 단위로 전기사용량을 확인하는 AMI 계량기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에너지브런치 교육이 열린 아파트 중 서울 성북구 한신한진 아파트에 AMI 계량기가 설치돼 있었다.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에너지쉼표라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음을 몰랐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기부금 매칭으로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

에너지브런치 교육을 마친 300여명의 시민은 26일 서울시청에 모여 '에너지 크리스마스' 행사를 가진다. 10곳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된 에너지브런치 강좌가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도록 계획됐다.

시민들은 행사장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목표를 제출한다. 모두의 실천목표를 더한 탄소절감량이 무대 화면에 공유하되며 실천을 독려하는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나누게 된다.

아낀 전기와 가스 요금만큼 후원 기관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받은 기부금은 경로당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에너지 빈곤층에게 에너지 바우처로 기부할 예정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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