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밥상문화 바꿔 놓은 '즐거운 건강관리'

간식도 후식도 저당 … 4년새 매출 1.5배↑

2024-01-16 11:37:37 게재

'시험무대' GS25에 입점요청 쇄도

냉동도시락 등 간편식에도 저열량 확산

유통가에 헬시플레저(즐거운 건강관리)가 여러 형태로 번지고 있다.

건강관리는 '힘들다'는 인식을 '즐겁다'로 바꿔놓은 MZ세대 공이 크다. 특히 식음료업계엔 건강관리식품이란 '블루오션'을 만들어 줬다. 저당·저칼로리 식품을 대중화했을 정도다. 간식도 후식도 저열량·저당이 대세인 셈이다. 그만큼 비건(채식주의) 아이스크림도 별나지 않다.

새해벽두부터 다이어트 맞춤형 저열량 식품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밥상문화까지 바꿔 놓을 판이다.
GS25 직원이 저당 아이스크림 스키니피그 저당 바닐라 큐키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GS25 제공

16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저당' '저열량''제로슈가' 디저트(후식)와 간식 상품 판매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상품 매출이 2019년보다 1.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 측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헬시플레저 유행으로 디저트 영양성분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편의점이 당과 칼로리를 낮춘 디저트 상품 '테스트베드(시험무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당과 칼로리 등을 최소화한 디저트 전문 브랜드의 GS25 단독입점과 선출시 사례가 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1만7000개 거점(가맹점포)을 바탕으로 신제품에 대한 상권과 고객성향 분석이 용이하고 유행에 민감한 업종으로 상품회전도 빨라 편의점이 제품 테스트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9년 낮은 칼로리를 앞세운 글로벌 아이스크림 브랜드 '헤일로탑'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 당시 GS25가 오프라인유통 파트너였다. 헤일로탑 저당 아이스크림이 GS25에서 인기를 끌면서 유통망을 확대하고 제품 구색도 늘렸다.

GS25는 이후 스키니피그 그릭데이 프롬잇 랩노쉬 등 헤일로탑 아이스크림을 차례로 입점시키며 당과 칼로리를 낮춘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스키니피그의 경우 바삭한 쿠키슈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조합한 냉동 디저트 상품이다. 빵과 아이스크림 구성이지만 칼로리는 150kcal, 당류는 4g으로 일반 아이스크림 대비 열량과 당을 대폭 낮췄다. 또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단백질 간식 스낵 초콜릿 젤리에 이르기까지 20종에 이르는 '저당' '저열량' 후식과 간식 상품을 다루고 있다.

GS25는 올해도 저당 후식 브랜드와 협업을 지속하며 제품구색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아이스크림의 경우 PB상품을 포함해 저당·비건 등 10종 상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새해벽두부터 식단관리를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저열량·저당 제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인 주식인 일반 쌀밥보다 열량이 낮은 곤약쌀로 만든 곤약볶음밥, 다양한 메뉴에 활용해 새콤달콤하게 즐기는 케첩도 당 함량을 대폭 낮춘 제품으로 나왔을 정도다.

오뚜기 관계자는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 이들이 많은 가운데 저칼로리와 저당을 내세운 가볍고 건강한 식품이 열풍"이라며 "음식 종류를 제한하거나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 운동과 함께 식단 관리를 건강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뚜기는 곤약쌀로 볶음밥을 만들어 칼로리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뿐한끼 곤약볶음밥'을 지난해 선보였다.

'닭가슴살' '매콤닭가슴살' '쇠고기' '새우계란' 등 4종류다. 199kcal(킬로칼로리)부터 290kcal까지 밥 한공기(210g 기준, 약 300kcal) 보다 열량이 낮다.

국민 소스로 불리는 케첩도 당 함량을 대폭 낮춰 선보였다. 보통 다이어트를 하면 당 함량이 높은 소스를 자제하지만 저당 케첩으로 건강하게 소스도 먹을 수 있다. 1971년 국내 최초로 케첩을 선보인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로우슈가(Low Sugar) 케첩(사진)을 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저당류 기준에 맞춰 100g당 당 함량을 5g 미만으로 낮췄다. 토마토에서 유래한 당만을 함유하고 있다. 덕분에 100g당 당 함량이 4.4g에 불과하다. 기존 오뚜기 토마토 케첩(21g)보다 당 함량이 80%가량 낮다. 열량 역시 100g당 40kcal로 토마토 케첩(120kcal)의 33% 수준이다.

최근엔 직장인들 사이에 저당 도시락도 주목받고 있다. 간편하게 건강관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한성산업 '저당 냉동 도시락'이 그렇다. 이 도시락은 △고기산적구이&취나물밥 △고추장나물비빔밥 △곤드레나물비빔밥 △간장연두부&퀴노아영양밥 △크림페퍼닭가슴살&곤약간장계란밥 등 5종류다. 이 도시락 평균 당류는 2g 이하일 뿐 아니라 트랜스지방은 0g이다. 흰쌀밥 대신 나물과 잡곡을 담았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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