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빛바랜' 개통식

2012-05-25 11:23:51 게재

정부는 "천년의 꿈 열었다"며 성대한 축하쇼

시민단체는 "배 없는 뱃길은 사기" 청문회 요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인아라뱃길(옛 경인운하)이 25일 정식 개통했지만 논란은 여전해 빛이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국내 첫 내륙뱃길이다. 시간을 거슬러 가면 고려 때 최우, 조선 중종 때 김안로 등 800여년 전부터 시도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실패했던 역사도 갖고 있다.

정부가 "천년의 꿈을 열었다"고 자랑하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지난 1987년 인천 굴포천 대홍수를 계기로 시작됐다.

사업 초기에는 굴포천 홍수량을 서해로 배수하는 방수로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1995년부터는 홍수뿐 아니라 평상시 뱃길로 이용하기 위한 경인운하사업으로 변경 추진됐다.

그러나 2004년 환경오염 논란으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그 뒤 수차례 검증과정을 거친 뒤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9년 다시 사업을 추진해 2년여의 공사와 6개월의 시범운영을 거친 뒤 이번에 전면 개통하게 됐다. 총사업비 2조 2500억원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으로 물류비 절감, 관광수입 증대, 홍수 예방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논리다.

그러나 사업이 끝난 지금까지도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망라된 '경인운하수도권대책위'는 이번 개통식에 대해 "부끄러운 개통식"이라며 "배 안다니는 경인아라뱃길에 대해 국회청문회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통식 당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인운하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라는 허황된 정책의 축소판이며 대표적인 국민사기 토목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기자회견에서 경제성, 중복과잉투자, 사회적 합의 무시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제성 논란은 물동량 확보가 관건이다. 인공수로인 아라뱃길은 수심이 6.3미터 정도로 깊지 않아 대형화물선 운행이 쉽지 않다. 더구나 물류의 운반시간이 육상에 비해 크게 더 걸리기 때문에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6개월 정도의 시범운행 기간 동안 아라뱃길을 오간 화물선이 국제선 2척, 국내선 2척에 불과하다는 것이 단적으로 입증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개통식이 썰렁해질까봐 빈 컨테이너 박스를 대량으로 가져다 전시용으로 쌓아뒀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물동량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물선 뿐 아니라 유람선 운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말 그대로 '배 없는 뱃길'이라는 설명이다. 공대위는 이밖에도 중복투자 우려와 사회적합의 무시 등을 거론한 뒤 "19대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진상 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녹색 미래를 향한 위대한 항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개통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유공자에게 포상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은 "굴포천 방수로 사업으로 시작된 경인 아라뱃길 건설로 홍수 피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시민들이 직접 배를 타고 서해안 도서 등에 갈 수 있게 돼 관광과 레저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소가 될지 애물단지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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