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수교 40년에 겉도는 중일관계

2012-09-06 14:03:52 게재

수교 40주년을 맞는 중국과 일본에 축제분위기가 어디에도 없다.

중일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갈등은 전에도 있었다. 수교 당시 덩샤오핑은 분쟁을 보류하고 해결은 후세에 넘기자고 했다. 양국에는 갈등을 조율하는 규칙이 생겨났다. 그 규칙을 민주당 정부가 깨뜨렸다.일본은 마치 댜오위다오에 나라운명을 건 느낌이다.

돌이켜 보면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은 그 뿌리가 청일전쟁에 있다. 댜오위다오 갈등은 근대사 이후 중국이 겪은 치욕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아픔을 일본이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경제가 일본을 초월한 이 시점에서다. 왜 지금일까?

40년 전 일본은 GDP총량이 3000억 달러로 중국의 3배였다. 1인당 GDP는 2800달러로 중국의 23배였다. 일본은 토끼와 같이 세계 정상을 향해 달렸고 중국은 거북 걸음으로 갔다. 현격한 격차가 양국의 밀월관계를 불러오지 않았을까? 일본은 전쟁배상금을 포기한 중국을 배상금이 무색하리만큼 도와주었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의 도로, 철도, 공항, 항구, 발전소, 통신망 확충 등 많은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일본의 ODA(정부개발원조)에 의해 이루어졌다. 중국이 일본을 잊지 말아야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삼십년하동(三十年河東), 삼십년하서(三十年河西)'라고 할까? ODA원조 30년 만에 중국은 GDP총량이 일본을 초월했다. 청일전쟁에서 청을 이기고 그 우월감에 한 세기 넘게 자부심을 누린 일본이다. 동아시아 맹주로 정치대국, 군사대국을 꿈꾸던 일본이다.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0년 넘게 경제 침체기를 겪었기에 더 했을 것이다.3·11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은 곤경으로 좌절감에 빠져 자신감도 잃어가고 있다. 위기를 바깥으로 분출하여 해소하려 하고 있다. 독도 문제로 한국과 갈등도 증폭시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중국은 일본 지원 잊지 말아야

중국과 일본 갈등의 근원은 중국 부상에 따른 지각변동에 있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 자기를 추월한 중국과 힘겨운 마지막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일본에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것이 미국이다.

따지고 보면 댜오위다오 갈등의 뿌리를 키운 것도 미국이다. 전후 미국이 이 섬을 점령하고 신탁통치하고 결국에 일본에 넘겨준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상황 역시 미국과 무관하지 않다. 댜오위다오 갈등 증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시공간을 같이 하고 있다. 미국에게 일본이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아시아로 회귀가 중국을 억제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동남아에서 미국 국익을 강조한다. 중일분쟁 도서인 댜오위다오를 미일방위조약에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회귀를 선포한 초기만 해도 중국에는 이것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중미관계가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힐러리 클린턴 미무장관 말을 믿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가 중국을 억제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을 믿는 중국 사람이 별로 없다. 일본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의 우익신문인 산케이신문도 일본은 오바마의 아시아전략에 전적으로 호응해 미국과 함께 아태지역 질서 구축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역내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중국 부상과 미일의 견제

이제 중일은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주권 논쟁에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시점에 왔다. 일본은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고 실제통제를 실제점유로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대응은 불 보듯 뻔하다. 일본이 계속 강하게 밀어붙이고 결국에 기지로 만들려 하면 중국의 대응수위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극단적인 해결책은 양국 다 피해야 할 것이다.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의 주권논쟁은 새로운 질서를 위한 중일 힘겨루기의 한부분이다. 쉽게 해결을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어떻게 해결되는가는 앞으로의 중일관계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갈등을 지혜롭게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양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중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이제 중일은 자국이익을 위해서라도 수레가 가는 방향으로 바퀴를 굴려야 할 것이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