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몽골 교사교류, '교육한류' 전파 앞장

2013-11-25 10:33:34 게재

24명 교사들 한국 선진교육 전파 '구슬땀' … 몽골정부 "애정 듬뿍 담긴 가르침, 진심으로 감사"

"교사교류 사업은 몽골 교사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글로벌 모범이 되고 있다. 교사들의 교류를 넘어 양국 교육발전에 더 큰 도움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자."

지난 11일 몽골 교육과학부 간투무르 장관의 첫 일성이다. 거듭 "한국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간투무르 장관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공교육 제도가 몽골 교육개혁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최근 교육개혁을 국정의 제1과제로 선언한 몽골 정부는 양질의 한국 교육시스템과 수준 높은 교사들의 수업 노하우를 배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교사교류 프로그램을 주최한 교육부와 주관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아태교육원) 관계자, 현직 교장들, 장학사로 구성된 중간점검방문단이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몽골 각지를 방문, 사업의 중간 성과를 점검했다.

중간점검 결과 '양국의 교사와 학생,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내려졌다. 점검단의 윤석룡 경기 마송중앙초등학교 교장은 "일본의 경우 거액을 들여 학교와 도로 등을 지어주지만 우리 교사들은 애정과 진심 어린 교육으로 몽골 아이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며 "돈으로 하는 일은 순간에 그치지만, 마음을 얻으면 평생을 간다"고 평가했다.
 


<사진:지난 12일 몽골 투브아이막 5번학교에서 파견교사 박지현 선생(사진 오른쪽)이 몽골 아이들과 함께 '머리 어깨 무릎 발' 동요를 부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김은광 기자>

"진심으로 대하는 한국선생님에 감동" = 지난 12일 방문한 투브아이막(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 5번학교에서는 박지현, 이소연 선생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아빠곰 엄마곰' '머리 어깨 무릎 발' 등의 한국 동요를 가르치는 선생들이나 한 동작 한 동작 놓칠새라 부지런히 따라하는 아이들이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상단 왼쪽 사진 참조).

이 학교 후약바타르 교장은 "한국 선생님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학습목표를 이루도록 해줘서 정말 고맙다"며 "개별 맞춤형·수준별 학습을 받는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정말 좋아한다"고 고마워했다.

서울대대학원에 재학중인 예비교사 박지현 선생은 "학습 교보재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오감을 이용한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며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12일 울란바토르 93번학교에 파견된 김정기 선생이 전자회로에 관한 방과후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은광 기자>

울란바토르 93번학교는 한국파견교사 대표 김정기 선생(경기 양영디지털고 교사)과 부대표 이외원 선생(서울 경복고 교사)이 근무하는 곳이다.

방과후수업으로 'C프로그램 및 전자회로 수업'을 계획한 김 교사는 당초 10명씩 3개반을 목표로 했으나, 4~11학년에 걸쳐 무려 97명의 학생이 수업을 신청하는 '대박'이 터져 21~27명씩 모두 4개반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가 아닌 전자공학 수업이기에 기자재와 공구, 전자부품이 없어 김 교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공수해온 재료들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하단 사진 참조).

이 학교 관계자는 "김 교사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매우 높고, 학업성취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기뻐했다.
 


<사진:15일 아르바이히르솜 학교 이어진 선생이 우리 명절 '설날'에 하는 세배법을 몽골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사진 김은광 기자>

15일 방문한 아르바이히르솜 학교엔 교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어진 선생(경기 양성초 교사)과 정주영 선생(목포대 재학 예비교사)이 한국문화 전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곳이다.

한국문화 수업을 맞아 한복을 입고 '설날 세배'를 가르치는 이 교사의 동작에 아이들의 시선이 쏠렸다(상단 오른쪽 사진 참조). 세배를 배우고 설날에 먹는 음식, 윷놀이 등을 접한 아이들은 몽골의 명절과 비교하며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 체체그마 교장은 "이어진·정주영 선생이 한국과 한국문화, 한국의 교육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며 "몽골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한 명 한 명 사랑으로 보살펴줘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가르치려 왔지만 더 큰 가르침 얻어" = 교사교류 프로그램은 낯선 이국땅에 '교육한류'를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교사들에게 초심 또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등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직에 막 발을 들여놓았던 때의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12일 저녁 열린 몽골파견교사 협의회에서 강철오 선생(경남 밀성중 교사)은 "한국에 있을 때 수업에 들어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회의감이 든 때가 있었지만 이곳에 와서 배움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치 내 고향에 돌아온 듯한 생각이 든다"며 "학교와 교사가 몽골 지역사회에서 갖는 묵직한 의미를 보니 보람이 크고, 한국에 큰 에너지를 얻어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부옥 선생(서울 광양고 교사)은 "사제간 끈끈한 관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며 "돈으로 살 수 없는 끈끈한 관계에 질투심을 느낄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김 선생은 또 "겉으로만 보면 몽골을 목가적인 나라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나라"라며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한 부문도 있는 등 절대 쉽게 볼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정 선생(워릭대대학원 졸업 예비교사) 역시 "몽골에 뭔가 해주려는 생각이 컸는데, 오히려 더 많은 부분을 배웠다"며 "몽골교육을 보며 우리보다 월등한 면도 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이외원 선생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사랑받았던 때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아이들의 순수함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 너무 행복해 오히려 한국에 돌아가는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점검단에 속한 교육부 교육개발협력팀 이주희 과장은 "교사교류 프로그램의 취지 중 하나가 교사들의 글로벌역량 강화인데, 이곳에 와서 보니 그 취지를 훌륭히 달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경남교육청 이외숙 장학사 역시 "이국땅에서 파견교사들의 고생이 크다"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김종훈 기획행정실장은 "당초 예정된 교육과학부 차관 면담이 장관 면담으로 격상되는 등 교사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몽골정부의 강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광양고 임국택 교장은 "교사교류 프로그램이 진정 의미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곳곳의 학교에서 확인한 자리였다"며 "한달 남짓 남은 파견기간 동안 건강에 유념하며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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