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7
2023
요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목 좋은 거리마다 걸린 정당현수막을 보고 '우리 정치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며 혐오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수막은 정당정책을 설명하는 내용보다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 전국 지자체마다 수백 건의 철거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이런 저질 현수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올해 들어 갑자기 정당 현수막이 늘어난 것은 정당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각 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03.24
경제 금융위기는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설킨 복합적 원인에 따른 결과이지만 그 핵심에는 항상 과도한 신용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찰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는 1636년 네덜란드 튤립버블 이래 1720년 영국 남해회사 버블, 1920년대 미국 대공황, 1980년대 멕시코 위기,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등 '10대 금융버블'을 다루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빠른 성장, 신용의 팽창, 투기적 투자, 과
03.23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위기 조짐이 양국의 재빠른 대처로 다소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미 중소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FRB)의 예금 중 절반이 빠져나가는 등 위기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고 세계 9대 투자은행인 CS의 '본드런'(연쇄채권매도) 경고가 나오는 등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현재 5000만원으로 되어 있는 국내 예금자보
03.22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설득에 나섰다. 21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23분간 원고지 52매 분량의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최장시간 모두발언이다. 이 발언은 모두 TV로 생중계됐다. 원고도 당일 새벽까지 손수 고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얘기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전체 연설의 80%를 한일문제에 할애했다. 그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며 "과거에 발목
03.21
봄이다. 에너지값과 환율 폭등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함에도 봄은 역시 희망의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는 "금년에도 기후변화가 어떤 재난을 몰고 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남부지방은 수십년 만에 겪는 가뭄으로 난리지만 그 정도는 약과일지도 모른다. 올해도 탄소중립은 꺼질 수 없는 이슈의 불씨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산에 숲이 우거져서 예전에 비하면 식목일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03.20
대법원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정부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대신 돈을 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3자 변제방식'이라는 그럴듯한 해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강제동원 해법을 고민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이 문제가 대법원 판결로 인해 법적으로 제기된 문제인 만큼 법적 해법을 먼저 풀어야 이에 따른 정치외교적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03.17
미국 상무부 지나 러몬드 장관은 지난 2월 23일 조지타운대학 연설에서 반도체지원법의 목표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반도체 생산능력 없이 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미국이 최
03.16
부정은 부패를 수반한다. 특히 권력층의 부정은 필연적으로 부패로 이어진다. 권력자의 패권적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짓밟는다. 국민은 제왕적 권력자들의 불공정과 부패에 분노하고 광장이나 선거를 통해 심판해왔다. 국민은 진보 보수 이념대결이나 권력구조 변동보다 부정부패 구조 척결이 정치개혁의 본령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정부가 수행해야 할 최우선 국정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03.15
얼마 전 만난 중소식품업체 대표는 대기업 갑질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편의점에 즉석식품을 납품하는데 대기업이 시장을 제한해서 어렵다는 것이다. 편의점 A업체에 납품하고 있는데 다른 편의점업체에 납품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 A업체 구매담당자는 납품계약을 맺으면서 다른 업체에 납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건 아닌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물론 구두로 슬쩍 얘기한다고 했다. 이 식품업체 대표는 이전 정부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이같
03.14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세부 기준이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을 골치 아프게 하고 있다. 말이 기준이지 사실상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을 상대로 이익과 정보, 기술을 모두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제시한 보조금 심사기준은 경제·국가안보 사업상업성 재무건전성 기술준비성 인력개발 사회공헌 등 모두 6가지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로 가득 차 있다. 이를테면 지원금을 1
03.13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을 보면 꼭 백척간두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이 대표를 겨냥한 정권의 목조임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는 데다 주변에서도 좋지 않은 일들이 겹쳐 발생해서다. 특히 측근들의 잇단 죽음은 이 대표에게 큰 악재다. "검찰의 미친 칼짓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분노처럼 검찰의 과잉수사가 원인일 수 있지만, 자신과 관련해 목숨을 버린 이가 다섯명이나 된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압박일 터다. 여론도 별
03.10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7~8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 양원 금융위원회 출석 발언은 2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p) 베이비 스텝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올해 2월 1일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정책결정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라는 단어로 "인플레이션이 둔화 과정에 있다"며 "적절히 제약적인 수준에
03.09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피해도 덩달아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사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중국과의 관계를 끊는 게 좋을 것'이라는 투로 압박, 한국업체들이 멘붕 상태에 빠졌다. 반도체 재고율이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가뜩이나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걱정인데 미국의 압박까지 겹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
03.08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해법으로 국내기업들 기부금을 모아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다.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과 없이 전범기업의 배상금이 아닌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을 모욕하는 '굴욕외교'라며 항의집회를 계속 열기로 하는 등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 양국의
03.07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챗GPT가 2023년 벽두부터 지구촌의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사용자가 주제와 조건을 달아 요구하면 챗GPT는 이 조건에 맞춰 글(텍스트)을 척척 작성하고, 긴 글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요약해낸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케빈 루스 기자의 챗GPT 테스트 경험담은 충격적이다. 루스 기자는 챗GPT에게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하는 '그림자 자아'를 설명해주며 내면의 어두운 욕망을 캐물었다. 놀랍게도
03.06
원화환율은 지난 한달 사이 3.7%나 상승했다. 1월 3.5%, 2월 3.46% 오른 달러지수 상승폭보다 크다. 달러지수 강세는 달러인덱스 통화의 약세를 의미한다. 달러지수의 69.5%를 차지하는 유로와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각각 3.47%와 2.24%씩 떨어진 상태다. 엔화(5.70%), 캐나다달러(2.14%), 스위스프랑(3.0%)의 하락세도 가파르다. 원화가치가 달러인덱스 통화보다 약세를 보이는 요인은 두가지다. 바로 금리격차와
03.03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1950년대 후반 미국 교육개혁의 기억을 다시 소환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소련의 과학기술에 대한 충격과 함께 소련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없다는 핵전쟁의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충격의 책임은 교육계로 향했다. 미국정부는 기존의 교육학적 이론을 배제하고 학문 중심 교육
03.02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상황이 전개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나라는 미국이다. 서구가 러시아 원유수출을 봉쇄하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줄이면서 미국의 석유와 가스 수출은 급증했다. 지난해 미국 원유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석유시장 권력의 좌장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셰일혁명이 가져온 전환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경고한다. 셰일사업이 고비용 구조에다 노동력 부
02.28
소유분산 기업 KT의 구현모 대표가 결국 중도하차했다. 지난 23일 구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직을 내놓고 경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3월 취임한 구 대표는 과거처럼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차지하는 낙하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KT에 입사해 주요 자리를 두루 거친 정통 KT인이었다. 그의 연봉도 다른 재벌기업 최고경영자에 비해 소박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KT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25조원을 돌파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
02.27
과거 내무부 시절 '지방'은 통제의 대상이었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 인사를 행정과에서 담당했다. 당시 행정과가 있는 내무부 복도는 항상 행정계장을 만나려는 전국 시장·군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때는 경찰청의 전신인 치안본부도 내무부 안에 있었다. 그래서 내무부를 통하면 지방에 사는 아무개 집의 숟가락·젓가락 갯수를 알 정도였다고 하니 그 위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1995년 지자체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