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 새 주거급여 진단 1│주거빈곤 실태

비닐하우스·판잣집·고시원 거주가구 급증

2015-03-18 10:51:16 게재

2005년 5만6천에서 2010년 12만8천가구로 2배 늘어

청년 주거빈곤 139만명 … 최근 주거빈곤층으로 부상

7월 1일부터 새로운 주거급여가 시행된다. 내용과 체계 등이 대폭 바뀌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기대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거빈곤의 실태와 주거급여 변천과정, 새 주거급여 내용을 알아보고, 의미와 보완할 점을 짚어본다.


국토교통부가 2년마다 시행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거여건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 1인당 주거면적은 2012년 31.7㎡에서 지난해에는 33.1㎡로, 1.4㎡ 늘었다. 같은 기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도 128만가구에서 100만가구로 줄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2→5.4%로 낮아졌다. 국민주거생활의 양·질적 수준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지표는 아직도 우리의 주거현실이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자가보유율은 58.4→58.0%로, 자가점유율은 53.8→53.6%로 각각 떨어졌다. 집이 없거나, 집을 갖고도 세를 사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다.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여건이 열악하다. 저소득층의 자가보유율은 52.9→50.0%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은 72.8→77.7%로 늘었다. 자가점유율도 저소득층은 50.4→47.5% 줄었지만 고소득층은 64.6→69.5%로 높아졌다. 전체 임대가구 중 월세가구가 50.5→55.0%로 늘고 있는 것도 주거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징표다.

전반적인 주거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민간임대 저소득가구, 소득 절반 임대료 지출 = 저소득층의 주거비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은 소득대비 임대료 부담비율(RIR)을 봐도 알 수 있다.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2012년 주거실태조사'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저소득가구(중위소득 45% 이하)의 경우, 월세 비중이 32.4%로, 전체 월세가구 비중(21.9%)을 훨씬 웃돌았다. 저소득가구 중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의 RIR은 46.2%였다. 소득의 절반 가량을 월세로 지출하는 것이다. 이는 동일 소득계층이면서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가구의 RIR(21.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최근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저소득층의 집세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주거지원정책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저소득층의 월세거주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자금지원 외에 월세 지원 등 보다 다양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소주거기준 미달가구 감소세 둔화 = "장마때는 발을 딛질 못해요. 습기가 올라와서 발이 축축해져요. 방바닥은 물론, 벽에도 습기가 엄청나요. 정말 습기때문에 살기 힘들어요. 침대를 놨는데 침대도 습기때문에 눅눅해요. 빨래를 널면 2~3일이 지나도 안 말라요. 모든 벽엔 곰팡이가 생겼는데 아무리 닦아내고 없애려 해도 역부족이에요. 환기요? 거의 할 수 없어요. 부엌이 너무 좁은데 문을 열면 음식을 할 수가 없어요." 사례 조사에서 확인된 서울 지하방 거주자의 실상이다.

전반적인 주택공급 확대와 주거의 질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는 '주거빈곤층'이 존재하고 있다.

통상, 주거빈곤을 말할 때 '최저주거기준'이 이용된다. 최저주거기준이란 주택법에 의거해 2011년 마련된 것으로,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말한다.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수 △필수설비(상·하수도, 전용입식부엌,전용수세식화장실 및 목욕시설)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 등이 포함된다. 기준에 따르면 4인가족(부부+자녀2)의 경우, 3개의 침실(거실겸용 포함)과 식사실 겸 부엌을 갖춰야 하고, 면적은 43㎡ 이상이어야 한다.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시설이 있어야 하고, 소음·진동·악취·대기오염 등 환경기준이 법정기준에 맞아야 한다. 안전한 전기시설과 화재시 피난 구조와 설비도 갖춰야 한다.

5년마다 작성되는 통계연보(2010년)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이 1995년 46.3%, 2000년 28.7%, 2005년 16.1%, 2010년 11.8%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가구수로는1995년 589만1563가구, 2000년 407만1328가구, 2005년 253만6259가구, 2010년 202만8695가구로 집계됐다. 그러나 갈수록 감소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2000년엔 전년 대비 17.6%p 줄었지만 2005년 12.6%p, 2010년 4.3%p 감소에 그쳤다.

◆저소득층 주거개선 재정투자 늘려야 = 2010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를 유형별로 보면 △시설미달가구 89만4510가구(5.2%) △면적 미달 126만5792가구(7.3%) △총 방수미달 12만6890가구(0.7%) 등이다. 그러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는 지하·옥상(옥탑방)과 기타 거처(판잣집,비닐하우스, 고시원 등) 거주가구가 포함되지 않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이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지하·옥상과 기타거처 거주가구가 각각 56만2446가구(3.3%), 12만8675가구(0.7%)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지하·옥상가구와 기타거처가구를 더한 '주거빈곤가구'는 271만9816가구에 달한다. 최 연구위원은 "시설기준 미달, 지하·옥상거주, 기타거처 가구는 물리적 시설환경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거빈곤가구라 할 수 있다."며 "이들은 주거환경 개선측면에서도 구조적인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중점 정책대상 가구"라고 말했다.

계층별로는 아동 129만명, 청년 139만명, 노인 260만명 정도가 주거빈곤층으로 추정된다.

주거빈곤 아동은 전체 아동의 11.9%에 해당한다. 이 중 13만명은 거주환경이 열악한 지하·옥탑이나 기타거처에 거주하고 있다. 열악한 주거는 아동의 신체·정신건강, 학업성취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년 주거문제는 최근 취업난 악화 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결혼과 같은 청년세대의 미래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들어 청년들의 미혼 비율이 극단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은영 연구위원은 "국가가 저소득층의 주거여건 개선을 위해 재정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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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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