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낡은 틀 머물다 '총체적 난국'

2015-10-08 10:54:35 게재

주력산업 위기인데 새 먹거리 대안 지지부진

취업난과 빚에 허덕이는 국민 … 삶의 질 추락

한국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짙어졌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취업난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가계빚은 신흥국 가운데 최고수준으로 증가하며 빚에 허덕이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이제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다. 한국경제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주력산업은 위기상황인데 여전히 재벌 중심 수출주도 산업에만 목매는 낡은 성장 방정식에 빠져 새로운 대안을 찾기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 샌드위치 =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액은 435억달러로 1년 전보다 8.3% 줄었다고 밝혔다.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8월엔 작년 동기 대비 14.7%나 줄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 20.9% 하락 이후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1.5%로 3분기 연속 감소추세다. 2013년 7대 주력품목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4.7%로 중국의 11.7%와 일본의 5.3%를 밑돌았다. 일본·중국의 기술과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넛크래커 현상'이다. 일본을 넘어서지 못하고 중국에 추격당하며 샌드위치로 전락한 한국경제의 모습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정부 주도로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제조업은 중국 등 글로벌 경제의 회복 지연과 수출경쟁력 저하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중국, 인도 같은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앞으로 자본재산업 부문의 수출경쟁력은 더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산업 안 보여 =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낡은 성공방정식인 재벌의존, 정부주도 등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벌의존형 성장모델은 한계에 봉착했고 이젠 중소·중견기업들이 주도하는 혁신주도형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미국 독일 일본 등 기존 제조업 강국들은 첨단 스마트 지식기반 경제로 넘어가면서 세계시장을 재편하고 장악해가고 있다. 중국도 일부 산업에서는 한국의 기술을 넘어서고 세계 최초를 창조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근 산업구조를 보면 새롭게 등장해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기전자나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대신해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산업이 마땅치 않다"며 "산업생산 추이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생산증가율이 낮아지는 가운데 산업간 성장격차도 줄어들면서 신규 사업기회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년들의 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지는 원인이 새로운 산업 부재로 신규일자리 창출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빚 신흥국 최고 수준 … 삶의 만족도 최하위 =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저생산성, 저임금,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요 신흥국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소규모 자영업자 부채 포함)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84%로 신흥국 평균 30%의 2.5배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에 비하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7년 만에 12%p 상승했다.

문제는 가계빚을 갚을 길이 앞으로도 막막하다는 점이다.

임금상승 가능성은 거의 없는 가운데 취업자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53만명에 달했던 취업자 증가수는 올 들어 3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수요부진과 노동공급 둔화를 고려할 때 내년 취업자 증가 수는 20만명대로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실업률은 3% 후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지고 자살률은 최상위 국가가 돼버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발표한 '2015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 지수는 10점 만점에 3.8로 29위(지난해 25위)로 하위권이다. 11개 지표 가운데 교육(4위), 시민참여(4위)는 높은 편이었으나 공동체성을 나타내는 사회적연계 지표가 36위로 최하위다. 일과 삶의 균형(33위), 건강(31위), 환경(30위)도 낮은 수준이었다. 11개 부문을 모두 합친 전체 순위에서 한국은 올해 27위로 작년보다 두 단계 떨어졌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헬조선, 조선불반도'와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헬조선은 헬(Hell: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과도 같이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며 조선불반도는 한반도 전체가 지옥이라는 뜻이다. 듣기에 불편하고 자조섞인 이 단어는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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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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