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 10년간 7건뿐

2015-10-20 10:59:06 게재

남소 막는다더니 1건만 '화해종결' … '집단소송 확대' 박 대통령 공약 '빈말'로

증권집단소송제도가 2005년 도입돼 올해로 만 10년이 됐지만 그간 7건의 소송만 제기됐고 확정된 사건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 사태로 집단소송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증권시장에 국한해 시행 중인 집단소송제도마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집단소송은 피해자 1명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승소 판결을 받으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모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증권집단소송으로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은 사건은 1건이고 6건은 소송허가신청이 계속되고 있다. 확정된 사건도 본안소송을 거쳐 확정판결을 받은 게 아니라 법원이 집단소송허가를 결정하자 양측의 화해 종결로 마무리됐다. 소송 제기 1년 만이다. 나머지 6건 중 2건은 지난 4월 대법원이 2심의 불허가 결정을 뒤집고 '집단소송허가' 결정을 내렸지만 파기환송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이 아직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증권집단소송제도는 손해배상 판단을 위한 본안재판 전에 집단소송에 해당하는지를 판단받기 위해 1심과 2심, 대법원을 거친다. 막대한 손해배상액이 걸려 있는 사안이라 '소송허가' 여부를 놓고 양측이 1심에서 그치지 않고 항고를 거쳐 대법원까지 가기 때문이다. 본안소송까지 합치면 사실상 6심제다.

집단소송의 남소를 막는다며 각종 규제로 대상과 절차를 제한한 결과 집단소송제도는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가장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ELS(주가연계증권) 종가조작혐의를 받고 있는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를 상대로 400여명의 투자자들이 제기한 건이다. 2010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 소송허가신청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다. 소송허가결정이 나와도 본안재판의 판단을 받기까지 적어도 2~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결을 통한 배상에 최소 8~9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증권집단소송 전문가인 김주영 변호사는 "투자자와 변호사들이 충분히 집단소송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데도 집단소송 제기를 꺼리는 이유"라며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집단소송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2013년 10월 법무부는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률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 소위원회가 구성됐고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해 상반기 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 소위원회 회의는 흐지부지됐고 법개정 작업도 추진되지 않고 있다.

소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집단소송제 확대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경제 활성화를 외쳐온 정부 입장에서는 추진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국민들과 한 약속을 어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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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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